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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pper111님의 서재
  • 후흑의 힘
  • 친닝 추
  • 19,800원 (10%1,100)
  • 2025-04-10
  • : 720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후흑의 힘>은 청나라 말부터 중화민국 초기까지 활동하였던 사상가 리쭝우가 제시한 "후흑학"을 현대 비즈니스 분야에 접목한 책이다. 저자 친닝 추는 명나라 창업군주인 주원장 가문의 후손이라고 하는데, 중국과 대만을 거쳐 미국으로 유학을 갈 당시 챙겼던 두 권의 책이 손자병법과 후흑학이었다고 한다. 중국계 미국인인 저자가 90년대에 미국사회에 후흑학을 소개하면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켜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던 책이다.

후흑이란, 후안흑심의 줄임말로 두꺼운 얼굴과 검은 마음이라는 뜻이다. 즉 뻔뻔함과 음흉함의 미학으로 난세를 헤쳐나가는 생존전략과 성공비결에 대한 철학이다. 현실은 냉혹하고 잔인하기에 위대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성선설적 관념에서 벗어나, 철저히 전략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모든 일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좋은 정치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획득하여야 한다는 마키아밸리의 군주론과도 같은 맥락의 사상이다.

미국인들에게는 낯설지 몰라도 사실 동양문화권인 우리에게는 익숙하게 다가올 수 있는 생각인데, 바로 삼국지와 초한지, 그리고 중국역사와 관련하여 전해지는 고사성어들에 이러한 태도가 너무나 짙게 녹아있기 때문이다.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은자와는 상대하지 말라는 말의 의미가 바로 이것이다. 인물들의 이야기 속에 위기상황에서의 처세와 전략이 선함과 도덕적인 가치를 미뤄둔 채 상당히 냉혹하게 전개되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난세의 영웅들 간 대결이지만, 그 실태는 내내 비굴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의 우위를 자비없이 행사하는 이중성으로 만인이 투쟁하며 자웅을 겨루는 것이다. 간사한 영웅이라는 칭호의 조조와 아직 약한 세력을 보전하려 시종일관 겁쟁이인척 욕심없는척 하는 유비, 삼국지의 대표 인물인 이 두명이 그대로 후흑의 표상 그 자체이다.

직장인들에게 '사내정치'라는 말이 익숙한만큼, <후흑의 힘>이 풀이하고 있는 후흑학은 현대 사회생활에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종종 본능적으로 이를 구사하는 이들이 주변인들에게 위화감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또 대다수의 일반적 도덕관념을 지닌 이들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고 스스로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착해서 당하고만 사는 많은 이들에게 이러한 목표지향적 사고는 분명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신의 단점을 커버하고 상대의 교활함을 파악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또 중요한 점은 이러한 목표지향적 후흑에는 선도 악도 없다는 것,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이 사회를 이롭게 한다는 분명한 지향이 있다면 위대한 걸음의 시작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결국 모든 것이 어디까지가 경계선인가를 알 수 있는 분별력과 상대의 심리적 저항을 줄이는 전략적 치밀함에 관건이 달려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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