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 전 최재천교수가 인터뷰에 나오는 것을 보았다. 생태학과 생물학을 전공하고 생명다양성재단에 근무하는데, 국내외 환경운동과 호주제 폐지 등의 사회운동에도 참여하였던 독특한 사람이다. 인터뷰에서 그는 스스로 자신은 잘난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어쩌다보니 운좋게 그럭저럭 흘러왔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세상은 운과 관성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그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 자못 합리적으로 들렸다. 때때로 자신의 성공이 운이 아닌 오직 자신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은 세상의 메커니즘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결과로 어떠한 보상심리를 주장하게 된다는 생각이 든다.
최재천은 꽤나 나이를 먹은, 사회적 지위를 갖춘, 그런 어른으로써 우리 사회의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청년의 낙망은 곧 민족의 죽음'이라는 어느 인물의 말과 같이 청년세대는 이 사회의 미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가 청년을 아끼고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곧 그가 우리 사회를 안타깝게 여기고 사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에 인문학적 시각이 더해질 때 이 사회를 근본적으로 발전시키는 혁신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생명에 대해 공부한 최재천 교수야말로 자신이 공부한 전공지식을 통해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유지하며 자신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최재천의 희망 수업>은 그가 바라보는 미래사회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길에 대해, 또 미래가 막연한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담담하게 에세이 형식으로 적은 책이다. 최재천 교수의 교양특강 혹은 토크콘서트를 한권의 책으로 압축하여 놓은 느낌이다. 머리를 비우고 그러한 강의를 들을 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따스함 역시 존재한다. 현대사회가 나아가는 방향과 우리사회가 표류하고 있는 실태, 그리고 인류가 앞으로 지향해야하는 점에 대한 마음 깊은 염려가 담긴 강의이다. 마지막은 그의 전공과 직업만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염려로 책을 마무리한다. 매년 갱신되는 기후변화가 앞으로 반세기 정도 더 진행되면 지금처럼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이 가능할까 의문이 들면서 두려워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눈앞에 닥친 경제위기와 생존의 문제 앞에 환경을 여전히 소모해나가야 살 수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근본적인 문제가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어보여 참 답답할 따름이다. 결국은 각자가 할수 있는 선에서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면서 그것이 원기옥처럼 모이고 모여서 조금이나마 지구상의 생명들의 시간을 더 길게 유지할 수 있게 되도록 바라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