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적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채치충은 대만의 유명한 원로만화가이다. 국내에는 90년대에 요코야마미쓰테루 삼국지와 함께 채치충이 그린 서유기, 봉신방 등의 고전완역 만화들이 세트로 판매되어 종종 친구집에 놀러가면 책장에 전집이 꽂혀있는 경우가 있었다. 공자부터 노자, 장자, 맹자, 손자, 열자, 한비자 등의 사상가들을 담은 동양철학편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중화권 뿐 아니라 전세계 45개국에 번역되어 읽어 본 사람이 수억명에 달할 것이라 하며, 국제적인 만화상을 받기도 한 시리즈이다.
총 8권의 시리즈 중 장자를 읽게 보았는데, 전 시리즈가 다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장자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사람으로, 공자 사후 약 100년 후의 인물이다. 그는 맹자와 동시대를 살았으며 노자가 기반을 닦은 도가사상을 이어받아 더 발전시킨 것으로 알려져있다. 도가사상은 도교로 발전하여 당대의 많은 민중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고, 불교가 중국에 전래된 뒤 참선과 수행을 강조하는 선종 불교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도를 닦는다는 말을 쓰고, 장자의 호접지몽은 현대철학에서 더욱 인용하듯이 장자는 시대를 뛰어넘어 영향력을 가져왔으며 현대에 보기에도 여전히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장자의 이야기들은 온통 문학적, 은유적이고, 돌고도는 선문답과도 같은 면이 많아서 알 것 같으면서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다만 세부적인 것에 집착하지 않고 전체를 받아들인다면 그의 사상은 결국,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돌고돌기에 그를 따라 균형을 유지하며, 속세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자연의 흐름을 따를 것을 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작은 것에 집착말고 큰 흐름을 파악하라는 것이 그의 주장 자체인 것이 재미있다.
해석이 여러운 이야기인만큼 오독의 여지도 크다고 생각한다. 자연을 따라서 연연하지 말고 살으라는 말이 얼핏 세상을 뒤로하고 자연속에서 수련하라는 것으로 오해하기 딱 좋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무리하지 말라는 측면에서 과도한 정신적 수행 역시 장자의 생각을 거스르는 것이다. 만약 세상이 부르는 것이 거대한 흐름이라면 그 흐름에 맞게 세상으로 나아가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것이 장자의 생각에 더 부합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몸이 휴식을 갖지 못하면 망가지듯이 정신 역시 휴식하지 못하면 망가지게 된다고 말한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생각을 맑게 하고 정신적 휴식이 필요할 때, 읽으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는 면이 장자에게는 가득하다. 장자는 다른 사상가들과 다르게 힐링서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