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요'는 크레이그 톰슨의 어린 시절부터 20살까지의 삶에 대해 그린 만화책입니다. 보통 코믹스라고 안하고 그래픽 노블이라고 합니다. 그림으로 쓴 소설이라는 의미입니다. 상당히 두껍습니다. 코믹이라 불리는 종류의 가벼움 대신에 서사 구조와 저자의 생각이 주된 뼈대를 이룹니다. 그림 구성도 아주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어린 시절 동생과의 이야기가 서두에 나오지만, 2장부터 8장까지는 우연히 만난 레이나와의 사랑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성장기와 러브 스토리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9장에서 다시 동생이 등장합니다. 9장은 번역된 제목이 '각주'(Foot Notes)로서 전체 줄거리와 상관없이 일종의 후기와 같은 성격의 장입니다. 마무리 하면서 인생을 정리하기 위해 등장시켰지 주연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자신의 성장 보다는 한때 겪었던 사랑에 대한 회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9장에서 등장한 동생은 어린 시절에 친했던 것에 비해 성장하면서 서로 서먹해집니다. 1장 이후에 그렇게 시간이 지난 9장에나 다시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언제 멀어졌었냐는 듯이 둘은 다시 형제애를 회복합니다. 청소년기에 서먹했던 관계를 어느 순간 회복했다는 의미에서 책의 마지막에 다시 등장한 듯 보입니다. 왜 동생과 멀어져 있었나 의문을 가지면서 다시 친해지는 것입니다. 단지 커가면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느라 바쁘게 살았기 때문입니다. 친밀함을 쉽게 회복하는 관계는 역시 가족인가 봅니다. 다시 친해진다는 말은 그만큼 형제 모두가 나이가 들었다는 의미겠죠.
이렇듯 주인공은 인생에 대한 생각이 깊어집니다. 성숙하게 만든 계기는 물론 레이나와의 만남과 헤어짐입니다. 특히 미시건 주의 레이나 집에서 보낸 2주간이 가장 내용의 중심에 있습니다. 담요(Blankets)는 주인공이 여자친구인 레이나와 동생인 필과의 관계를 상징하는 물건입니다. 같이 따뜻한 온기를 느끼는 수단입니다.
그만큼 주인공과 레이나는 각자 자신만의 어려움과 시련을 겪으면서 성장합니다. 인간 모두가 그렇듯이 힘든 시기를 거치게 됩니다. 고민과 사색은 여전히 진행중일 겁니다. 삶도 계속 무겁게 누를 겁니다. 그러나 저자는 '한순간의 일이라 해도' 살아가면서 '지나온 발자취의 지도를 그린다는 것'은 '얼마나 뿌듯한 일인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가장 방황했던 시절의 아픔을 눈 위에 그려진 발자국으로 바꿀 수 있을 만큼 성장한 겁니다. 경험들은 아프지만 모두는 한순간에 지나가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