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를 쓰려면,
이 책을 전부 읽고, 나름의 요약과 평가를 하고, 비슷한 다른 책들과 비교도 해보고, 전체 담론 안에서 이 책이 어드메에 자리잡았는지를 가늠하고, 이런 과정들을 거쳐서 말들을 골라낸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럴 수 없었다. 책의 내용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나도 당사자이니까.
죽음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거라는 생각을 누가 할까. 황망하고 어지러웠지만 결정하고 처리해야 할 일들은 너무도 많이 생겼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왜 이런 일이 생긴 건지도 파악하지 못했는데, 애도의 과정은 먼길이었다.
이 책이 좀더 일찍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잊은 줄 알았는데, 별것 아닌 말과 상황들에 문득 분노와 울음을 터뜨리는 일은 줄었을것이다. 동생의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된 것 뿐인데, 전화를 받지 않는 동생을 찾으러 온 동네를 울면서 헤맸다. 라면을 끓이다가도, 머리를 감다가도,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다가도 울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나만 그런 줄 알았다.
다행이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아서 위안이 된다. 증상이랄까, 내가 겪어온 것들, 지켜봐온 것들이 이제는 설명된다. 애도는 계속할 것이다. 다만 주변에 함께 애도할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았다.
*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 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