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kkk1129님의 서재
  • 할매
  • 황석영
  • 15,120원 (10%840)
  • 2025-12-12
  • : 143,860

한반도의 ‘빅 히스토리’ 또는 한반도 역사의 ‘내셔널 지오그래피’

 

노안은 신의 선물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젊은 시절에는 근시로 인해 멀리 있는 것은 잘 보지 못하고 눈앞에 있는 것을 잘 보게 된다. 반대로 나이가 들면 노안이 오면서 눈 앞의 것은 돋보기 안경을 써야만 잘 보이지만, 멀리 있는 것은 잘 보게 된다. 다르게 말하면 젊은 시절에는 자기 앞에 있는 것만 좁게 잘 보지만, 나이가 들어 노안이 오면 앞의 것을 좁게 보는 것에는 어려워하지만 멀리 있는 것들을 전체적으로 잘 보게 된다는 말이다.

작가의 눈은 우리의 삶을 보는 눈이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통찰하는 데 탁월하다. 젊은 시절에도 삶을 보는 눈이 탁월하지만, 나이가 들면 전체적인 삶을 보는 눈이, 통찰력이 탁월하다. 이러한 특징은 ‘할매’에도 적용될 만하다. 특히 다른 작품과 달리 ‘할매’는 ‘할매’로 지칭되는 팽나무를 통해, 팽나무와 연결되는 오랜 시간의 삶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 ‘할매’는 아무르 강변에 사는 개똥지빠귀와 그 개똥지빠귀가 먹은 팽나무 열매가 싹을 틔우고, 그 팽나무 아래서 삶을 살았던 몽각스님, 다시 몽각스님의 몸이 자연으로 돌아가 갯벌의 칠게들에게 보시되고, 그 칠게는 다시 도요새들의 먹이가 되고, 도요새는 다시 그 갯벌의 백합의 먹이가 되고, 그 백합을 캐어먹어 그 갯벌 부근에 상제, 중제, 하제라는 마을이 서고, 그 마을의 당산나무인 ‘할매’ 팽나무의 당골인 ‘자근연이’ 그 아들 춘삼, 춘삼의 아버지 친구인 유 도사공과 그 후손들인 배경순, 배동수, 유 방지거 신부로 이어지는 삶과, 그 삶의 터전인 갯벌, 갯벌에서 벌어지는 새만금 갯벌매립 사건과 미군 부대 비행장 건설과 그에 대해 대응하는 사람들의 삶이 면면히 이어진다.

소설 ‘할매’는 한반도의 ‘빅 히스토리’ 또는 한반도 역사의 ‘내셔널 지오그래피’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것은 아득한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과, 아무르 강변에서 한반도, 말레이 반도, 호주로 이어지는 공간들이 연결되는 장대한 자연과 생태계의 역사의 흐름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사람만의 삶이 아니라 칠게가, 백합이, 팽나무가 사람들의 삶과 이어지고, 사람들 또한 자연으로 이어지며 모든 존재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

소설 ‘할매’의 삶은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있고 모든 것들이 흘러가는 삶이다, 작가는 이런 삶을 통해 앞으로의 바람직한 삶에 대한 소망도 담고 있다. 그러나 그 소망은 낙관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다. 그 삶의 내용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담담한 암시가 들어있는데, 이땅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던지는 삶의 과제인 듯하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