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복지포인트로 걍 의무감에 뒤적거리다 삼. 원래 딴 거 찾다가 표지가 특이해서...
어릴 때부터 애니 달고 살았고 지금도 겜 좋아함 (이젠 체력 딸려서 밤새 하진 못하지만) 나름 서브컬처 좋아해서 일본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표지랑 목차 보니까 '요즘 세대 일본은 내가 아는 거랑 좀 다른가?' 싶었음. 사실 이런 류의 일본 문화 분석 책들 널려있어서 또 뻔한 소리 재탕하는 건가 의심부터 함.
평소에 일본 보면서 제일 이해 안 가던 게 특유의 모순이었음. 겉으론 엄청 깍듯하고 예의 바른데 묘하게 음침하고, 매뉴얼에 미친 꽉 막힌 동네 같으면서도 AV나 길거리 매춘 같은 건 또 널려있음. 현지 가봐도 그렇고 알면 알수록 진짜 기괴하고 알다가도 모를 사람들이라 생각했음.
근데 목차 쓱 보니까 평소에 혼자 꿍얼거리며 궁금해하던 그 찝찝한 포인트들이 보이길래 걍 샀음. 신간이라 리뷰 하나도 없어서 지뢰 밟는 거 아닌가 쫄리긴 했음.

결론만 말하면 좋았음. 글이 되게 드라이한데 뼈를 좀 때리는 느낌. 어찌 보면 일본 엄청 공격하는 것 같기도 한데, 얘네가 대체 왜 이딴 식으로 구는지 기저에 깔린 심리랑 시스템을 하나하나 뜯어서 설명해 줌. 밉긴 한데 묘하게 납득이 가는...억지 국뽕으로 까내리는 게 아니라 팩트로 줄타기하면서 한국인 특유의 양가감정 제대로 긁어줌.

이거 읽고 나니 그 애매한 부분이 좀 이해됨. 지들이 만든 굴레에 갇혀서 못 빠져나오는 꼬라지가 한편으론 짠하고 불쌍한데, 가만히 읽다 보면 이게 묘하게 한국 사회 거울치료 같아서 기분 복잡해짐. 그래도 머릿속에 껴있던 안개는 확실히 걷혀서 깔끔해진 느낌. 참 희한한 책임.
두께감 꽤 있는데 생각보다 ㅈㄴ 술술 읽힘. 귀찮아서 주말에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대충 펼쳤는데 결국 책상에 각 잡고 다 읽어버림.
일본 뻔하게 까고 빠는 거에 질린 사람들, 나처럼 일본 대충 아는데 묘하게 이해 안 가는 구석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딱 좋을 듯.
무사도의 이미지는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그 배경에는 서구를 향한 강렬한 열망과 깊은 문화적 콤플렉스가 자리한다...... 시대적 필요성 속에서, 일본의 정신을 서구에 변호하고 소개하기 위한 개념으로 무사도가 발명된 것이다.- P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