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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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함과 게으름의 사이 그 어딘가


작은 새를 좋아해서 평소에 동네 이곳저곳을 다니며 관찰을 하곤 한다. 

참새와 박새, 직박구리, 멧비둘기, 까치 정도가 아파트 안팎에서 흔히 보이는데 이런 새들에 막 관심이 생겼던 재작년에 마침 이 책이 나와서 구입했더랬다. 그 사이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이래저래 집 근처를 벗어나지 않는 생활을 하면서 새 관찰을 계속 해왔지만 책 자체는 계속 책장에 꽂아둔 채로 읽지 않다가 이제야 다 봤다. 


노랑텃멧새는 동네 큰 나무 위에서 떼로 모여 있는 걸 자주 봤다. 바짝 선 머리 깃이 특색. 


글이 많지 않고 그림의 비중이 커서 아주 쉽게 볼 수 있는 책이지만 작가가 공 들여 그린 세밀화를 허투루 지나치고 싶지는 않아서 색색으로 묘사한 새털의 미세한 결과 나뭇잎맥, 나무 껍질의 질감 표현까지 꼼꼼하게 살펴봤다. 

각 페이지에 실린 그림들은 대체로 크기가 작은 편이다. 그러나 디테일을 보면 원화를 그린 화폭이 그리 작지는 않았을 것 같다. 실제 그 크기는 어떨지, 어느 정도로 인내심을 발휘해 새의 깃과 풀잎을 묘사했을지 상상해보고 그 노고에 감탄하면서 보다 보니 한 페이지 넘기는 데 적잖이 시간이 들었다. 


박새도 귀엽긴 하지만 쇠박새한테 조금 밀린다.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쇠박새.


우리나라의 텃새와 철새들이 사계절 동안 먹는 먹이를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하므로 새에 관한 정보가 아주 많지는 않다. 부담스럽지 않게, 편히 읽을 만한 분량인데 하나 아쉬운 점은 존댓말로 쓰인 글이었다. 작가가 어린이 그림책을 많이 내서 그런지 이 책 역시 주요 대상 독자가 아이들인 듯했다. 그래서 글이 둥글둥글하게 대부분 '-요'로 끝나는데... 내 입장에서는 새로운 정보를 머리에 넣는데 방해가 되었달까, 도무지 빨리 읽히질 않았다. 그게 성인으로서 이 책을 읽을 때 느낀 단 하나의 단점이었다. 


한 마리만 있어도 너무나 시끄러운 직박구리.. 


며칠 전에 뒷산 덤불 사이에서 곤줄박이를 보았다.


반대로 '아이들이 보는 책'이기에 좋은 점도 있었으니, 새의 생태를 언급하면서 필수적으로 나와야 할 전문용어들이 모두 한자어 대신 순한글 표현으로 실린 것이었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귀여운 새의 모습과 아름다운 수채화를 만날 수 있는 이 책, 그림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후속작도 나오면 좋겠네. 


귀요미계의 슈퍼스타, 뱁새. 동네 뒷산 덤불에서 자주 보여서 그때마다 따라다니며 추격전(?)을 벌이곤 한다. ㅎㅎ


이 책 덕분에 오랫동안 손 놓고 있었던 그림을 다시 그려봤다. 뱁새는 너무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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