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집요함과 게으름의 사이 그 어딘가

여기는 책 읽고 번역하는 이야기를 써보려고 애써보는 공간이지만 

갑자기 생각이 나서 페이퍼에 붙여보는 음악. 

평소에 윤종신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 

매달 공개되는 신곡을 스트리밍으로 듣는 일은 없으나 

매년 출시되는 앨범은 꼬박꼬박 사서 한 번에 몰아 듣는 그런 팬인데 

그게 行步2010부터 시작됐으니 이제는 10년이 넘었다. 

윤종신하면 특유의 찌질함이랄까, 남들이 보지 못하는 데서 혼자 드러내는 

인간 내면의 모자람 같은 것을 누구보다 잘 노래한 가수로 정평이 나 있으나 

이제는 그런 특색이 더 깊어져서 그의 노래가 

말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정서까지 어루만지는 것 같다.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내면서 이유도 모르게 느껴지는 서글픔, 서러움. 

정말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조용히 툭 하고 터지는 그런 감정이 좋아서 

'몰린'과 '몰린2'를 종종 듣는다. 

물론 윤종신이 직접 쓴 곡들은 아니지만(이규호 작사 작곡) 

그 옛날의 미성과는 다르게 세월이 묻은 현재의 목소리가 

노래를 완성하는 데 꼭 필요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곧 나올 이방인 프로젝트 앨범에도 이런 감성이 한껏 담겨 있기를 바라며...


몰린

코스모스 바람을 타고 하나 둘 물들어가는 내 마음 속 좁다란 오솔길

저 언덕을 넘어 두 점이 되어버린 끝도 없는 그리움

흔들리는 버스를 타고 변치않음을 꿈꾸던

꼭 잡고 있던 따듯했던 손

이젠 그 버스 번호는 없어진걸까

마른 잎 떨어지며 차츰 앙상해지다가

땅 속 깊이 뿌리내린 니 모습

시린 가을 하늘 구름 따라 끝도 없이

높아지다가 그러다 우주 밖으로 몰린

아름다운 내 첫사랑

마른 잎 떨어지며 차츰 앙상해지다가

땅 속 깊이 뿌리내린 내 마음

시린 가을 하늘 구름 따라 끝도 없이

높아지다가 그러다 우주 밖으로 몰린

시린 가을 하늘 찬 바람따라 정처없이

헤매이다가 그러다 세상 밖으로 몰린

아름다운 내 첫사랑

짧았던 단 하나의 마음


윤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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