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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함과 게으름의 사이 그 어딘가


『너의 이름은. Another Side: Earthbound』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보지 않았다면 애초에 읽어볼 필요가 없고 읽어도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할 수 없는 소설이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에게는 106분 짜리 본편에 나오지 않는 전후의 사정과 등장인물들의 다른 관점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외전이라 하겠다. 


목차


제1화 브래지어에 관한 고찰

제2화 스크랩 앤 빌드

제3화 어스바운드

제4화 당신이 엮은 것


제1화는 미츠하가 된 타키의 이야기로, 애니메이션에서 휘리릭 하고 지나가는 (몸이 바뀐) 미츠하와 타키의 일상 중 일부를 클로즈업한다. 타키가 미츠하로서 학교 생활을 하며 농구를 하거나 청소 시간에 혼자 춤을 추거나... 그런 일화들을 보여주며 몸이 바뀌기 이전에 미츠하의 삶이나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등이 어땠는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챕터인데, 이 책만큼 자세히는 아니지만 애니메이션에서도 살짝 접할 수 있었던 부분이어서 흥미는 조금 떨어졌다. 몇 번씩 본편을 봤더니 참신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달까. 새로운 내용이긴 한데 괜히 설명이 많다 싶어서 읽는 동안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제2화의 주인공은 미츠하의 친구인 테시가와라다. 애니메이션에 이미 나왔지만 테시가와라 입장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로 이미 익숙한 장면들이 제시되지만 관점이 바뀐 덕분에 재미있게, 쉽게 읽혔다. 테시가와라가 원작의 후반부에서 왜 그리 미츠하를 적극적으로 돕는지가 충분히 개연성 있게 설명되어 있다. 짧게 설명하자면 마을을 좌지우지하는 중심 인물들에 관한 분노가 그 이유인데, 읽으면서 아름다운 고향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테시가와라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하겠구나...하고 수긍이 갔다. (하지만 제4화를 보면 테시가와라가 싫어하는 어른들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게 나온다) 이 챕터 마지막에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지면서 소설 속 캐릭터들이 안은 씁쓸함과 고민이 잘 드러나 있다. 원작에서는 몰랐던 인물들의 내면을 확인할 수 있어서 역시 곁다리로 나온 이야기가 재미있구나~하고 느낄 즈음 끝나버려서 아쉬웠던 제2화. 


제3화는 미츠하의 동생 요츠하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원작에서는 요츠하의 비중이 크지 않아서 언니의 변화를 비롯해 여러 사건을 대하는 이 아이의 생각이 어떤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귀여운 외모와 툴툴대는 표정으로 보는 이에게 웃음을 주는 정도였지만, 외전에서는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보다 생각이 깊다는 것(물론 그래도 아이는 아이라는 것) 그리고 역시나 미야미즈 가문의 딸이라서 미츠하처럼 다른 시대, 장소로 가는 꿈을 꿀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챕터는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 정도로 여겼는데 제4화를 보고 나니 앞서 나온 배경 묘사와 설명에 다 이유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제4화는 미츠하와 요츠하의 부모님이 어떻게 만났고 그들의 인연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말한다. 미츠하의 아버지가 어째서 마을 이장이 되었고 왜 가족과 반목하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챕터로, 다 읽고 나니 《너의 이름은》의 거대한 스케일이 새삼 느껴졌다. 사실 애니메이션에서 인연(무스비)과 운명을 자주 강조하기는 하나 다 보고 나서 주로 기억에 남는 것은 타키와 미츠하의 만남, 두 사람의 애틋한 마음, 재회, 운명같은 첫사랑(?)... 이런 알콩달콩한 이미지뿐이다. 하지만 이 외전을 통해 원작에서 복선으로 활용된 소재들(마유고로의 큰불, 미야미즈 신사의 과거 모습 등)을 더 상세히 접하고 등장인물들 각자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너의 이름은》 타이틀을 달고 나온 일련의 작품들이 영상으로 드러낸 것보다 더 커다란 운명과 인연을 이야기하려 했음이 확실히 와닿았다. 타키와 미츠하의 만남은 이토모리 마을 사람들을 구하고자 수백 년 전부터 준비된 운명이었고 두 사람은 이 역경을 이겨내기 위한 매개체였다는 것, 그리고 소중한 인연은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


소설 『너의 이름은.』과 『너의 이름은.Another Side: Earthbound』를 모두 읽은 지금 다시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본다면 처음 극장에서 볼 때와는 꽤나 느낌이 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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