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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 야기사와 사토시
- 15,750원 (10%↓
870) - 2024-08-05
: 15,006
일본 작가의 소설을 오랜만에 읽게 되었다. 야기사와 사토시의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이다. 전 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힐링소설이라고 불리는 이 책은 첫 출간으로부터 13년 만에 발견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전세계 30개 국에 판권이 수출되었고, 2024 영국 도서상 최종후보(소설 데뷔작 부문)에 올랐다.
이번에 다산책방을 통해 출간된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은 책 표지 자체부터 마음이 따뜻해진다. 얼핏보면 마치 만화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표지가 소설이 주는 부담감을 한결 내려놓게 만든다. 주인공인 다카코인 듯 보이는 여자가 책으로 둘러쌓인 곳에서 독자를 향해 미소를 보낸다. 책 제목답게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이 그대로 표현된 장면이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오후인 듯, 따뜻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책이 가득한 이 곳은 서점이지만 일반 서점과는 다르다. 바로 헌책을 파는 곳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손때와 사연이 깃든 책들이 이곳에 머물렀다가 다시 새로운 주인을 만나서 여행을 떠난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다카코의 지난 연애가 끝나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 떠나는 구조와 닮았다.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은 야기사와 사토시가 집필한 소설이다. 1977년 일본 치바현에서 태어났고 니혼 대학 예술학부를 졸업한 그는 2009년 <모리사키 서점의 나나들>로 데뷔했다. 2010년 해당 원고를 단행본으로 출간했고, 즉시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같은 해에 극장에 개봉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2011년에 이 소설에 이은 속편을 출간했다는 점이다.
이 소설은 첫 출간부터 13년이 지난 2023년에야 영미권에서 번역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24년 3월에 영국 출판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여겨지는 올해의 영국 도서상의 소설 데뷔작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소설 속 배경이 된 도쿄 진보초 고서점 거리에는 소설을 읽은 외국인 관강객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넘어서 책에 등장하는 공간에 대한 여행이라니 너무 낭만적이다.
앞서 말했듯이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은 사내 연애에서 이별을 맞본 다카코가 회사를 떠난 뒤 외삼촌의 권유로 그가 운영하고 있는 헌책방에 머물면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외삼촌과 그녀가 머물게 된 서점 2층의 공간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그녀를 치유하고 희망과 행복을 전해주는지 지켜보게 된다. 잔잔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 눈부신 소설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작은 행복으로 일상을 꾸려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나간 과거 속 인연 대신 새로운 사람들과의 소소한 일상이 다카코를 지켜주는 힘이 된다. 그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누군가로부터 치유의 힘을 받지만 또다시 누군가를 치유하는 힘을 가질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은 내가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소설이다. 바쁜 일상 대신 소설 속의 평온함이 읽는 내내 나에게도 편안함을 주었다. 또한 등장 인물들의 대화 속에서 지금 내가 바라보는 현실에서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헌책을 취급하는 진보초 고서점 거리가 흥미로웠다.
“이 주변의 서점 대부분은 이런 식으로 각자 전문 분야의 책을 취급하거든. 학술서 전문 서점도 있고 연극 각본만 취급하는 서점도 있어. 옛날 그림엽서나 사진 같은 걸 취급하는 별난 곳도 있고-27쪽‘
지금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이미 앞선 사람들로 인해 새롭게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주춤하던 나에게 다카코와 외삼촌의 대화가 눈에 들어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가 헌책을 판매하지만 그들 나름대로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같은 분야라 하더라도 자세히 들어가면 그들만의 특별함이 있다는 것은 지금 내가 무엇에 공을 들여야 하는지 알려 주었다. 나만 할 수 있는 나만의 특별함을 담은 그 한끗의 차이를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은 헌책이 주는 매력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었다. 가끔 중고 도서를 사는 경우가 있었는데 간혹 전 주인이 책에 밑줄을 그어 놓은 것을 발견할 때마다 기분이 상했었다. 분명 새책 수준의 책이라고 해서 구입했는데 속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독서는 작가와 독자 사이에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중고도서는 그 사이에 또다른 독자와의 대화가 가능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는 점이다. 그 뒤로 책에 그어진 밑줄은 직접 만나지 않아도 이 책을 소유했던 그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누군가는 이 부분에서 깨달음을 얻었었나 보구나.’라는 마음이 들었다.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은 개성 강한 등장인물들과 25살의 다카코가 삶에 대해 들려주는 노래이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닌 나만의 인생을 알고 싶었지-54쪽’
자신의 진짜 삶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했던 외삼촌의 말처럼 소설을 다 읽고나면 독자의 위치에서 벗어난 내가 ‘나의 진짜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마음은 가볍게 그렇지만 책이 주는 질문에 깊게 생각해 보고 싶은 분들께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을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진심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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