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사람 업적을 다 늘어놓으려면 스크롤이 제법 길듯하다. 고등학생 작가까지 있는 이 세상에 40대라니... 꿈을 품고 바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매우 희망적이지 않은가...?
물론 이 사람이 가히 천재라고 불릴 수 있는 수준이긴 하지만, 작은 가능성조차 우리에겐 너무나 달갑다.
천재라고해서 노력을 안 한 건 절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저자가 책을 얼마나 신경썼는지 보려면 목차를 보면 된다.
그러면서도 각각의 항목이 뭘 설명하는지 바로 알 수 있어서 굳이 처음부터 읽지 않더라도 바로 참고하기가 좋다.
난 현재 미스터리 분야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도 쓰고 있지만 판타지와 미스터리의 경계는 여전히 헷갈린다.
이게 미스터리는 맞나 싶기도 하다. 저자가 서문에서 말했던 것처럼 미스터리는 '확산'되고 있기에, 그저 소설을 보는 것만으로는 미스터리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기가 힘들다.
아니, 애초에 미스터리란 무엇이란 말인가...?!
셜록 같은 고전이나, ㅇㅇㅇ 죽이기, 히가시노... 이쪽 분야로 유명한 서점에 비치된 책들 다 읽어봤는데.... 오히려 갈수록 말 그대로 미스터리인 상황이 돼버렸다....
미스터리가 분명 공포/호러, 괴담 류와는 결이 다른 분야임에도 시중에 미스터리라 하는 책들조차 그게 혼합돼 있어서 얼핏 보기엔 구분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미스터리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는 미스터리 저자가 말하는 미스터리의 정의를 풀어보자면,
결국 '인간의 마음은 무엇인가?'라는 수수께끼로 이어집니다.
제1장 미스터리란 무엇인가, 24쪽
미스터리 소설을 보다 보면 종종 이런 이유로 사람을 죽일 수 있나, 싶은 장면이 자주 나온다. 그러면서도 혹은 아주 드물게 당사자가 이해되기도 한다.
저자는 다른 사람이 쓴 미스터리 작품도 마찬가지일 거라 했는데, 실제로 『명탐정 코난』에서도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대사 역시 자주 나오는 걸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단순히 트릭이나 살인이 나온다고 해서 미스터리는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미스터리 장르가 확대하고 있다고 해서 아무거나 써도 된다는 것 역시 아니라 한다.
미스터리에 관심이 있다면 들어는 봤을 녹스의 십계(Knox's Ten Commandments), 하우던잇(How done it) 등 미스터리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규칙들은 지키라 한다.
저자의 좋은 점이라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기존의 고전들이나 작법 이론들에 대해 존경을 표한다는 점이다. 책의 처음 내용도 미스터리 고전이라 알려진 10권을 읽어보라는 권고였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제3장은 잊어버렸을지도 모르는 소설의 기본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작법서를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면 이 책을 책장에 추가해도 전혀 아깝지 않을 거다.
물론 이미 소유하는 경우라도 좋다. 글을 많이 써 본 사람 답게 글을 쓰는 방법들이 상당히 체계적이라, 계획적으로 글을 쓰고 싶다면 역시 추천한다. 미스터리 장르를 기준으로 하기에, 당연히 기존 작법서에서는 볼 수 없던 신선한 내용도 있다. (궁금하면 책을 보자)
그래서 어느 부분보다 최대한 완독을 하는 걸 추천.
목차에서부터 느꼈을지 모르겠는데, 이 책이 다른 작법서랑 다른 점이 있다면 작가 자체에 대한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여태 작법서에서 다룬 작가에 대한 내용이라 하면 글을 쓰기 위해 풍부한 경험을 강조한다든가, 실제 사건을 참고할 때의 주의점 등 어쨌든 그 중심은 글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건 글 뒤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 말한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어느 정도 나이가 있고, 사회 생활을 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신 분이라서 그런지 대인 관계에 대해서 상당히 부드럽게 대처한다.
커뮤니티에서 작가와 편집자 사이의 갈등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 사람은 반대로 최대한 편집자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갖춘다.
그 이유인즉, 편집자가 자신의 글의 가장 첫번째 독자이기에 좋은 방향으로 설득하려 애쓴다고 함. 이걸 다르게 말해서 편집자의 반응이 좋다면 그 뒤에 볼 독자의 반응도 좋을 것이기에 글에 자신감을 가지라 한다.
일본과 한국의 소설/출판 문화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사는 사회가 매우 크게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인생의 선배로서 참고가 될만한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꼭 작가가 아니더라도 배웠으면 하는 바람.
그렇다고 편집자에게 굽실 거리란 뜻은 아니다.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이 사람의 말을 오해하고 있다. 내가 요약을 잘못했을 수도 있는데; 실제로 읽으면 그런 느낌은 아니다.
글을 쓰는 방법부터 작가 자신을 관리하는 방법까지. 1cm 남짓 안되는 이 책엔 많은 노하우가 담겨 있다. AI 무단 습득으로 인해서 조그만 문장이나 간단한 낙서조차 공개하기 꺼리는 이 시대에 놀라울 따름이다. 역시 창작은 조물주와 피조물의 영역이지 않을까. 그마저도 발견이라 칭하는 과학에 존경을 표한다.
이전에 보았던 '문장 부호까지 의심하게 만듦'을 정확히 언급하는 구간은 없으나, 읽으면서 그 부분이 뭔지 찾아가는 재미도 있다. 왜냐면 이 사람.. 작법서에도 떡밥을 넣는다;;
잘 관찰하면 책 곳곳에서 복선과 단서를 충실히 챙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머니 말을 빌리자면, "중요한 건 반복법을 쓴다"...라고 할까.
덕분에 도리어 몰입하다가 내용을 잊어버리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듯하다.
글을 배우는 게 목적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했어도 추천할 수 있겠다. 미스터리를 쓰는 방법을 안다면 다채롭게 읽는 방법 역시 배운다는 뜻이니.
이렇게 쉽게 작법을 배운다니 세상 좋아졌다, 정말로. 일반 작가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도 신선한 일인데 무려 일본의 유명한 미스터리 작가라니. 그것도 앞이 안 보이는 것처럼 더듬어서 사전을 찾는 게 아니라 누가 친절하게 번역까지 해줘서...
대학까지 가서야 겨우 문학의 문턱에 다다를 수 있었던 사람은 감탄이 절로 나올 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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