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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문 님의 서재
  • 라쇼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12,600원 (10%700)
  • 2014-10-10
  • : 10,917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 <라쇼몽(나생문)>은 인간 생존의 본능과 도덕성의 붕괴를 극도로 압축된 형식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작품은 천재지변과 기근으로 황폐해진 헤이안 시대의 교토, 붕괴해 가는 '라쇼몽' 밑에서 한 하인이 비를 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하인은 도둑이 될 것인가, 굶어 죽을 것인가의 기로에서 고민한다. 

하인은 루 위에서 죽은 시체의 머리카락을 뽑아 가발을 만들려는 노파를 발견하고 분노한다. 그러나 노파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자, 하인 역시 "나도 살기 위해 네 옷을 빼앗겠다"며 노파의 옷을 강탈해 밤 속으로 사라진다. 


인간의 악한 본성을 폭로하는 방식이 다소 작위적이고 극단적이다. 하인의 심리 변화가 노파의 말 한마디에 의해 순식간에 반전되는 과정은 극적 구성력을 높이지만, 인간 심리의 복잡성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라쇼몽>은 인간의 이기주의와 근대적 실존의 위기를 해부하려 한다. 


노파와 하인의 행동은 '생존'이라는 절대적 명분 앞에 모든 도덕과 규범이 얼마나 무력해지는지 보여준다. 악을 행하면서도 이를 "어쩔 수 없다"고 정당화하는 인간의 위선까지 고발 한다. 


붕괴한 라쇼몽과 시체로 가득한 루 위는 질서가 사라진 사회적 혼란을 상징한다. 이는 작가가 살았던 근대 전환기의 불안감과도 맞닿아 있을 것이다. 


작품은 도덕적 대안이나 구원의 가능성을 전혀 제시하지 않는 철저한 허무주의(Nihilism)에 갇혀 있다. 인간을 오직 생존 본능에만 종속된 존재로 침전시켰다는 점에서 비관주의적 한계가 뚜렷하다. 


원본 소설보다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흑백 영화로 각색되어 공개된 줄거리가 대중들에게는 훨씬 더 잘 알려진 작품이다. 영화는 차라리 소설보다 다른 차원에서 인간의 극적인 심리변화와 그 불가해성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예술적 가치가 더 인정받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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