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턴의 목적은 플라톤이 했던 것처럼 사랑의 여신들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성적 욕망과 에로틱한 사랑이 복잡하게 연관되어 각각이다른 것에 의해 완전해지고 정당화되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P172
보통의 욕망은 개인들 간의 감정이다. 욕망의 목적은 자유롭고 상호적인 항복으로, 이는 두 개별자, 즉 당신과 나의 - 확실히그저 우리의 육체로서가 아니라 우리의 육체를 통한 결합이기도 하다. 보통의 욕망은 사람과 사람 간의 반응, 즉 욕망이 부여하는 자아를찾는 반응이다. 대상은 서로 대체될 수 있지만, 주체는 아니다. 칸트가설득력 있게 주장했듯, 주체는 자유로운 개별자이며, 주체의 대체 불가능성은 주체의 본질에 속한다. 포르노그래피는, 노예 제도와 마찬가지로 인간 주체를 부정하는 것이며, 자유로운 존재는 서로를 그 자체로 목적으로서 대해야만 한다는 도덕적 요구를 부인하는 한 방법이다.- P174
티치아노의 비너스에 대한 논의는 포르노그래피가 왜 예술 영역 바깥에 놓이는지, 포르노그래피가 왜 그 자체로 예술이 될 수 없으며, 이안에 진열된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훼손하는지 보여 준다. 포르노그래피의 이미지는 주체를 대상으로, 사람을 사물로 바꾸는, 그래서 사람의 아름다움의 원천을 파괴하며 사람에게 환멸을 느끼게 하는 마술 지팡이와 같다. 이것은 숨겨진 실에 의해 움직이는 꼭두각시처럼 사람들을 육체 뒤로 숨게 한다.- P178
무엇보다 인간의 아름다움은 우리의 형상화에 속하며, 육체를 ‘대상화해 육체를 도덕적 관계의 영역에서 몰아내는 예술은 결코 인간 형상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포착할 수 없다.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훼손함으로써, 이것은 스스로를 훼손한다. 포르노그래피와 에로틱한 예술의비교를 통해 우리는 취미가 우리의 보다 폭넓은 선호에 근거하며, 이러한 선호는 우리 자신의 도덕적 성격의 측면들을 표현하고, 이를 고무한다는 것을 알았다.- P180
아름다움의 부정은 현대 예술과 그 역사의 특정한 비전으로부터 힘을 얻는다. 많은 비평가들의 언술에 따르면 오늘날 예술 작품은 스스로를 미래로부터 온 방문자라고 공언함으로써 정당화된다. 예술의 가치는얼마큼의 충격을 주느냐에 있다. 예술은 우리의 역사적 곤경을 일깨우기 위해, 그리고 인간 본성에서 유일하게 영속적인 것은 끊임없는 변화라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P185
음악사학자들은, 형식의 제약이 아주 거대한 힘에 의해 산산이 부서지는 것 같은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과 후기 4중주를 떠올리게 한다. 그들은 바뀌는 반음계 화성이 조성을 극단적으로 늘려 놓은 것 같은<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음악을, 그리고 스트라빈스키, 바르톡, 쇤베르크의 음악을 곱씹는다. 이 음악은 처음에는 세상에 충격을 주었으며, 구상 미술의 폐기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된다는 점에서 옹호되었다. 이사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낡은 언어는 고갈되었다. 클리셰clichés는 이것의 사용을 연장하려는 시도로부터 생겨난다. 새로운 언어는 음악을 역사적 맥락 속에 위치시키기 위해, 현재를 과거와 분리된 것으로 인식하기 위해, 즉 우리가 현재를 이해해야만 붙잡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이전에 일어난 것과는 ‘다른 것‘으로서 인식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그러나 현재를 붙잡으려는 바로 그 순간 우리는 이것이 과거임을, 그리고 대체된 것임을 알게 된다.- P186
그러나 나는 예술 작품을, 경험의 대상들을 이상화하고 신성화하는, 그리고 우리 인간성의 이미지와 이야기를 살아 있는 것으로서가 아니라 마땅히 살아야 하는 것으로서 보여주는 지속적인 인간의 시도의 일부라고, 혹은 일부가 되어 왔다고 말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는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와 졸라의 『나나』 같은 잔혹한 리얼리즘 작품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이 작품들의 힘과 설득력은 있는 그대로의 사물들과 사람들이 바라는 사물들 사이의역설적인 차이를 보여 주는 데서 생겨난다. 내가 주장했던 대로, 성적영역에 분명하게 존재하는 신성 모독에의 유혹은 미학의 영역에도 존재한다. 예술 작품들은 모독의 대상이 되고, 더 자주 표적이 되는 작품일수록 자신의 신성한 지위에 대한 더 많은 권리를 주장한다. (그러므로바그너 오페라에 대한 연출가들의 정기적인 신성 모독은 이 작품들의주제넘은 정신적 요구에 격분하거나, 이로부터 멀어지려 한다.)- P199
미학적 즐거움은 대상의 드러난 측면에 집중되며, 이 때문에 사람들은 이것을 먹고 마시는 즐거움과 같은 순수하게 감각적인 즐거움에비유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와 유사한 유혹이 성을 분석할 때도 개입된다. 주체를 강제적으로 반응하게 하는 이미지나 장면이 주는 관심처럼, 감각적 즐거움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도성을 퇴색시키고 일반화된 몰개성적 흥분의 상황에 고착되는 성적 관심이 존재한다. 이러한 종류의 성적 관심은 쉽게 중독이 된다. 이 유혹으로 인해 이러한 비인격적이고 감각적인 즐거움이 모든 성적 욕망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그리고성적 즐거움은 - 예를 들어 프로이트Freud가 명쾌하게 주장했듯이-먹고 마시는 즐거움과 비슷한 주관적 즐거움의 한 형식이라고 생각하고싶어진다.- P202
-성적 즐거움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도적인 욕망으로부터 분리시켜 생겨나는 섹스 중독이 있듯, 감각적 관심을 이성적 사고로부터 분리시켜 생겨나는 자극 중독이 있다. 자극 중독은 우리를 곧장 흥분이라는목적으로 데려다 줄 수 있는 그 어떤 방식이든 이것을 통해 충격을 받고, 사로잡히고, 동요되는 굶주림이다. 이 병리학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있으며, 올더스 헉슬리 Aldus Huxley는 이를 ‘감각 예술품feelies‘ 『멋진신세계 Brave New World』에 등장하는 모든 감각 양식이 관여하는 파노라마쇼- 에 대한 설명에서 흥미롭게 희화했다. 아마도 고대 로마의 격투시합이 비슷할 것이다. 이것은 경외, 두려움, 공포에 이르는 지름길로,
경기장에서 갈기갈기 찢기는 이가 내가 아닌 다른 이라는 사실에 본능적으로 안도함으로써, 이에 뒤따르는 안전하다는 의식을 강화시킨다.
그리고 B급 영화와 TV 광고의 상투적인 요소인 5초 컷5-second cut이유사한 방식으로, 즉 눈을 화면에서 뗄 수 없게 하는 중독적인 회로를 제공하며 작동한다.
내가 암시적으로 이끌어 낸 숭배하는 사랑과 모독하는 경멸의 차이점은 취미와 중독의 차이점과 유사하다.- P203
심리학자들이 지적하듯, 중독은 손쉽게 얻는 보상이 작용하는 기능이다. 중독자는 즐거움의 스위치를 거듭 누르는 자이며, 그의 즐거움은욕구의 영역에 자리 잡은 사고와 판단력을 건너뛴다. 예술은 효과 중독effect addiction과 싸우는데, 효과 중독의 경우 자극과 일상화된 흥분에 대한 욕구가 모독 행위를 중심에 둠으로써 아름다움에 이르는 길을 차단한다. 이러한 중독이 오늘날 왜 이토록 치명적인지는 흥미로운 질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어떻게 답하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효과 중독이 예술뿐 아니라 행복에 있어서도 적대적이며, 실러가 설명했듯, 인간성의 미래를 근심하는 이라면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을 목적으로 하는 ‘미적 교육‘을 회복시킬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P204
우리문명의 미술, 문학, 음악은 이성적 존재에게 이것을 일깨워 주며, 또한언제나 이들 앞에 놓인 길, 즉 신성 모독에서 벗어나 신성한 것과 희생적인 것으로 향하는 길을 가리킨다. 명료하게 말하자면, 이것이 바로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다.- P211
내가 아름다움의 경험에 관해 말했던 모든 것은 이것이 이성에 근거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아름다움의 경험으로 인해 우리는 대상 속에서 의미를 찾고, 비판적으로 비교하며, 우리 자신의 삶과 감정을 우리가 찾은 것의 견지에서 검토한다. 예술, 자연, 인간의 형상 모두는 우리에게 이러한 경험을 우리 삶의 중심에 둘것을 요청한다. 우리가 그렇게 한다면, 이것은 우리가 결코 싫증내지 않을 쉴 곳을 마련해 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하고도, 여전히 아름다움을 주관적 선호나 일시적 즐거움의 원천에 불과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상상하다면, 이성과 가치가 우리 삶을 꿰뚫고 있는 깊이를오해하는 것이다. 이는, 자유로운 존재로서, 올바른 행위만큼 올바른 감정, 올바른 경험, 올바른 즐거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아름다움의 판단은 판단자의 감정과 욕망을 지시한다. 이것은 그의즐거움과 그의 취미를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가 자신의 진정한 이상을 위해 소중히 여기고 즐기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다.- P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