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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데지님의 서재
  •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박완서
  • 15,300원 (10%850)
  • 2021-01-22
  • : 5,039
대학생 시절 박완서님의 소설과 산문집을 제법 많이 읽었었다. 하지만 글로 남기지 않아 모든 내용과 글을 읽고 내가 생각했던 모든 것이 증발했다. 증발되는 찰나가 아쉽기도 하며, 김금희 작가님의 책보람 이벤트에도 참여하고 싶은 욕심도 나기에 이번에는 글로 사진으로 남기려고 한다.
박완서 님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는 그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전쟁이 난 시절을 경험하지 않았지만 책을 읽을 때면 나는 내가 글에서 나, 미스 박에 몰입되어 한편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서울의 풍경이, PX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이 글의 수많은 등장인물 (올케, 숙부, 나, 근숙 언니, 티나 킴...)의 모습과 마음이 오롯이 글로만 디테일하게 그려지는 진귀한 소설...
˝목련 나무였다. 아직은 단단한 겉껍질이 부드러워 보일 정도의 변화였지만 이 나무가 봄기운만 느꼈다 하면 얼마나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오르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 미친 듯한 개화를 보지 않아도 본 듯하면서 나도 모르게 어머, 얘가 미쳤나봐, 하는 비명이 새어 나왔다. 그러나 실은 나무를 의인화한 게 아니라 내가 나무가 된거였다. 내가 나무가 되어 긴긴 겨울잠에서 눈뜨며 바라본, 너무나 참혹한 인간이 저지른 미친 짓에 대한 경악의 소리였다. (98-99쪽)˝
아름다운 봄꽃을 보면 아름다워하는 것은 마땅한 인간의 본능이거늘 그 본능마저 억눌려야 했던 그 시절의 사람들의 삶. 그 산이 거기 있었을까 작가는 물음표로 제시했지만 이 책을 다 읽으면 그 산은 정말 거기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전쟁 중에도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는 삶의 군상들이 있었기에 단연코 그 산은 거기 있었다고 말이다.
곧 봄이 온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지쳤고 지쳐간다. 부풀어오르는 목련을 보고도 기뻐하지 못하는 아픈 사람들이 작년보다 줄었으면 한다. 2021년도는 미스박의 말처럼 더 이 상 마모되는 삶이 없었으면 좋겠다. 자유롭게 기를 펴고 성장하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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