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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데지님의 서재
  • 역사의 쓸모
  • 최태성
  • 13,500원 (10%750)
  • 2019-06-14
  • : 41,131

역사의 쓸모를 읽고서
아이러니(irony)한 제목이 아이디얼(ideal)하게 다가왔다.

내가 구독하는 잡지에서 얼핏 ‘역사의 쓸모’를 소개하는 글을 봤었다. 그때 당시에 나는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바쁜 일상에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잊고 말았다. 그러다가 아는 지인의 블로그 서평에 끌려 역사의 쓸모를 읽게 되었다. 인문학적인 학문인 역사와 실용적인 단어 쓸모와의 결합이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단어의 조합을 만들어낸 작가의 발상이 신선했다. 학창시절 배운 역사는 외워야 높은 점수를 얻는 과목이었다. 대신 외운 만큼 내가 노력한 만큼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정직한 과목이기도 했다. 응용력보다는 암기력이 좋은 내게 역사는 학창시절 꽤 괜찮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수단에 불과한 과목이고 학문이었다. 역사 과목이 성적 유지의 도구에 지나지 않았기에 시험을 다 치르고 난 후면 내 머릿속에 꽤 많은 양의 역사 정보가 들어 왔을 것인데 깨알 같은 흔적만 남기고 시나브로 사라졌다. 특히 근현대사는 시험 범위에 잘 들어가지 않았기에 딸아이가 뉴스를 보다가 가끔 역사적 사실을 물어보면 흔쾌히 대답해주지 못한 경험이 부끄럽지만 제법 있다.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싫지는 않은 역사를 ‘역사의 쓸모’책은 왜 역사가 우리에게 필요한지 잘 가르쳐 주는 지침서 같았다. 나는 책을 사면 차례를 잘 보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각 장의 제목들이 나의 마음에 와 닿았다.
『1장-쓸데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 2장-역사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3장-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4장-인생의 답을 찿으려는 사람들에게』
각 장의 제목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여태껏 살아온 나 자신을, 앞으로 살아갈 나 자신을 생각하게 했다. 작가의 필력 덕분인지 어렵지 않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고, 중간중간 적힌 글들이 너무 좋아 밑줄을 긋고 싶었던 순간이 많았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라는 챕터였다.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일제에 넘겨준 을사오적 이완용, 이지용, 이근택, 박제순,
권중현은 매국노라는 공통점과 함께
지금으로치면 외교부, 교육부 장관과 같은 높은 직급의 엘리트들이었다. 집안도 좋고 머리도 좋은 이 다섯 명의 엘리트들이 한 일이 자신의 나라를 다른 나라에게 팔아버리는 것이었다. 반면 독립운동가 ‘박상진’은 달랐다. 그도 역시 부와 권력을 갖춘 엘리트 집안에 판사 시험에 합격한 법관이었다. 하지만 그는 1910년 사표를 던졌다. 그가 사표를 던진 이유는 일제 강점기때 죄인으로 끌려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본에 저항하는 조선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작가가 말했다. 그리고 그는 대한 광복회를 조직하여 독립군을 양성하고 우리나라 독립에 시발점이 되는 지대한 역할을 했다. 일본의 만행에 대해 눈 한번 질끈 감았으면 호의호식하며 그도 편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텐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똑같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삶의 궤적이 다른 이유를 작가는 꿈이 명사이지 않고 동사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엇이 되느냐가 아니라 어떤 무엇이 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높은 부와 권력을 가진 기득권들이 그들이 가진 일부도 사회의 공익을 위해 내놓지 않겠다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많이 봤다. 그런 장면을 기사로 접했을 때 왜 우리 사회는 저렇게 병들어 가는 것일까?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그때 당시 그 의문에 대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역사의 쓸모를 읽고 나서 명료하게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줄곧 명사에서 꿈을 찾으려고 했던 우리네 사회의 결과물이었다. SNS를 보면 6살 정도의 아이들이 대치동의 학원에서 영작을 유창하게 하고 꽤 두꺼운 영어책을 보는 사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학원에서 상도 받고 제법 그 과정을 잘 따라가는 아이 같았다. 과연 그 아이들은 무엇이 되기 위해 어떤 삶을 살기 위해 그 과정을 밟아나가는 것일까? 그런 똑똑한 아이들이 자라서 무엇이 되기만 한 명사로서 꿈을 이루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간다면 너무 섬뜩할 것 같다. 그렇게 엘리트 코스를 밟는 아이들이 그들만의 성을 쌓고 살아가는 세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그러한 아이들이 작가의 말처럼 동사로서의 꿈을 꿈꾸며 삶의 철학을 겸비하며 보다 선한 영향력을 지닌 사람들로 살아가길 바란다.
9살 되는 내 딸의 꿈은 붕어빵 장사이다. 동시에 장래희망은 소설가라고 말한다. 나는 그녀가 글을 쓰는 붕어빵 장사가 되길 바란다. 나는 그녀가 작가의 말처럼 글로, 붕어빵으로 다른 사람에게 우리 사회에 보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나는 동사로서의 내 딸의 삶을 응원하는 쿨한 어미가 되어야겠다. 그리고 근현대사를 딸에게 자신감있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지식을 겸비해야겠다. 아이러니한 제목은 마지막 책장을 덮으니 아이디얼하게 다가왔다. 이상에 그치지는 말아야겠다. 삶은 실천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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