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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데지님의 서재
  • [전자책] 일간 이슬아 수필집
  • 이슬아
  • 12,000원 (600)
  • 2018-10-15
  • : 1,794
책의 두께에 질려 감히 읽질 못했다. 책을 많이 읽는 내 친구가 괜찮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 친구는 독서모임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도 일간 이슬아를 추천했다. 학자금을 갚기 위해 구독자를 스스로 모집하는 취지?로 이 글이 탄생했다고 들었다. 작가는 90년대생의 젊은 작가라는 배경 지식은 친구로부터 장착했다. 하지만 페이지가 500이 넘었다. 그렇게 인간 이슬아는 1년을 돌아서 큰 마음을 먹고 빌리고 완독한 책이다.
일단 나는 이슬아 작가의 등단 방식이 너무 창의적이라 놀랍다. 원고를 들고 출판사의 문을 두드려 통과한 것도 아니고, 신춘 문예에 큰 상을 받아 등단한 것도 아니였다. 스스로 학자금 빚을 갚기 위해 일정의 금액을 받고 글고객을 위해 글을 써주는 발상의 전환으로 이 책이 탄생했다. 이런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기에 가능한 것일까? 나는 그것이 너무 궁금하다. 나는 이미 정형화된 사고로 고착화된 사람이다. 하지만 내 딸은 이슬아작가처럼 반짝반짝한 사고의 소유자로 살아가길 바란다면 너무 과한 욕심일까?
일간 이슬아를 읽으면 이슬아는 너무 대범한 사람같다. 데이트어플을 이용해서 하룻밤의 섹스를 해 본 사람, 맘편한 섹스를 위해 과감히 루프삽입 피임 수술을 하는 사람, 담배를 피고 노브라로 다닐 수 있는 사람 그 외에도 매일 요가를 통해 부지런히 자신을 몸을 돌보고 가꿀 수 있는 사람, 탐이를 사랑하는 비건 등 인간 이슬아를 수식하는 단어는 이 책을 읽다보면 끝이 없다.
이슬아의 당당함(높은 자존감)과 반짝임은 상웅씨(슬아의 아빠),복희씨(슬아의 엄마)의 차고 넘치는 사랑에서 비롯된 같다. 그들의 넘치는 사랑과 자녀 이슬아에 대한 무한 신뢰가 일간 이슬아란 글로 탄생되지 않았을까 싶다. 복희씨와 상웅씨가 슬아에게 부어준 사랑이 그녀의 친구 양이에게, 그녀의 애인 하마에게 전달되어 여느 친구와의 일상이, 여느 연인과의 데이트가 나같은 독자들에게 빛나게 다가온 것 같다.
일간 이슬아 중 많은 부분이 좋았겠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최근에 읽었던 페이지다. (책이 너무 두꺼워 표시를 해두지 않으면 찾기가 어려움)그녀의 친구 류가 언급한 챕터 베이비 베이비 중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을 발췌해보면

<이 미세한 차이를 알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그 애들(곤이와 단이 일란성 쌍둥이)의 근거가 되는 디테일들. 그러나 계속 변하기도 하는 디테일들. 끊임없이 업데이트 되는 디테일들. 누군가를 계속 힘차게 살게 만드는 그 디테일들. 살과 피부와 머리카락과 음성과 이빨과 뺨과 정수리 냄새의 디테일들. 빼도 박도 못할 사랑의 근원들
일간 이슬아 436쪽>

내가 아이가 있는 엄마라서 몰라도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디테일들이란 문구가 와 닿았다. 우리 딸도 매일 업데이트되는 디테일들이 있을텐데 나는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는 나쁜 엄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요즘 코로나로 매일이 그날이 그날같은 하루가 펼쳐진다. 딸아이는 심심해란 말을 남발한다. 하지만 창의성이 1도 없는 나란 엄마는 그녀에게 무료한 일상을 깨트려줄 반짝이는 놀이를 제공해 줄 수 없다. 너무 무력한 어미가 되어가는 요즘이다. 마스크를 쓰고 더 넓고 많은 것을 보고 체험하러 가자고 할 부지런함도 장착하지 않은 모녀에게 이 상황은 성장기의 인간을 퇴행시킬까봐 두렵다.
이슬아 작가는 상웅씨와 복희씨를 사랑한다. 나는 내 부모인 복@씨를 사랑하지만 병@씨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내 딸은 엄마 사랑해를 남발하는 9살이지만 커서도 엄마 @@씨를 사랑하는 딸로 키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병@씨를 사랑하지 않는 지금의 나처럼 민@씨를 사랑하지 않는 인간 @@이 되면 너무 슬플 것 같다. 슬프지만 나는 복희씨처럼 딸에게 무한 신뢰를 보낼 수 있는 엄마가 아니기에 어느 정도 감내해야되는게 아닐까 싶다. 담배피는 딸, 피임수술과 데이트 어플을 사용하는 딸을 묵묵히 지켜볼 수 없고 잔소리를 하고야 마는 나는 쫄보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같은 쫄보도 일간 이슬아를 읽는 동안 대범한 인간 이슬아로 잠깐 빙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 책은 충분히 멋졌다. 제네바에서 동양 여자를 위협적으로 보는 시선을 간접적으로 느껴보기도 하고 비건 요리를 멋지게 해주는 무한지지맘 복희씨를 엄마로 가져보는 간접경험은 돈을 주고도 볼 수도 해볼수도 없는 것이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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