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은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이정희 2025/08/27 21:53
이정희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데미안
- 헤르만 헤세
- 11,210원 (5%↓
350) - 2025-01-03
: 4,361
책벗들과 책수다를 나누다가, ‘세계문학 중에 가장 많이 번역되고 읽히며 사랑받는 책은 무얼까?’ 하는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얼른 먼저 떠오른 작품은 어린왕자였는데 아니, 데미안일까? 우위를 쉽게 상상하기 어렵긴했지만, 역시 데미안이 사막의 여우나 소행성의 장미만큼이나 유명하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겠지.
데미안. 출판사마다 줍듯이 모은 것이 7권이다. 1년여 동안 헤세 읽기를 한 적이 있어 헤세 책은 거의 다 읽었다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탐나던 책, 지식을만드는지식, 지만지에서 출간된 고전선집 시리즈 『데미안』. 다른 지만지 책들과는 조금 다른 띠지를 닮은 표지, 그 표지 안의 그림 그리고 마음을 붙드는 문장들.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시절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데미안은 익명의 에밀 싱클레어의 이름으로 1919년 6월에 출판되었다. 세계대전과 당시의 한국 상황을 떠올리자니 데미안은 꽤 낯설고 더욱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거듭하게 된다. 후에 헤세가 에밀 싱클레어임이 밝혀졌다는 일화가 책에도 언급되어 있는데, 그러고보니 데미안은 헤세의 다른 작품들과 비슷한 결이 있으면서도, 그런 느낌은 다른 성장 소설이나 발전 소설은 으레 그렇지 그러면서, 서사를 따라가는 독자로서의 내 마음이 조금은 가볍고 개인적이며 사색을 곁들이며 따라갈 수 있는, 말하자면 헤세 책이 아닌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그러다 ‘아 .....’ 하며 헤세 책일 수밖에 없다는 인정을 하고 마는 그런 서술이, 특히 지만지 데미안에서 새삼 잘 느껴졌다. 그래, 세상도 속았을 정도니까. 이렇게 물 흐르듯 술술 읽히는 번역의 데미안이니까, 더욱. 그렇다. 번역이, 8번째 데미안인 이 책이 가장 나는 좋았다. 문장을 다시 읽고, 소리내어 읽고, 손으로 짚어가며 다시 읽어야 하는 문장 하나 없이, 정말 편안하게 잘 읽힌다. 내용과 의미를 지키면서도 문장이 매끄럽고 표현도 잘 다듬어져 번역가의 수고가 어느 정도였을지, 지만지의 만듦새에도 감탄하게 된다.
이 책의 백미는 277페이지부터 시작되는데, 그야말로 좋은 길잡이가 될, 데미안뿐만 아니라 어떤 텍스트를 읽더라도 ‘글은 이렇게 보아야 하는구나’ 싶게 데미안에 대해 여러 방향의 시선으로 풀어준다. 작가에 대한, 작품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작품을 읽고 이해하는데 정답으로 끌어들이는 해설지라기보다 더 다양한 접근을 가능하게 도와주고 내 의미를 더 깊이 고민하게 응원해주는 역할도 한다. 이 역시 작가와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된, 애정과 책임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누구보다 많은 고민과 갈등과 방황을 겪었을 헤세를, 헤세의 데미안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느껴진다. 오롯이 데미안을 데미안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음이 전해진달까.
데미안은 꼭!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 시리즈로 읽기를 바란다.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쓰는 리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내 아이들도 데미안은 꼭 이 책으로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추천하는 바이다.
데미안을 또 읽으면서 또 느낀 것은, 명작은 명작이고 고전은 고전이라는 것. 언제 읽어도 전혀 새로운 의미를 또 새기고 다음에 다시 읽을 날까지 내내 남아 거듭 떠올릴 수밖에 없겠다는 고독한 행운.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