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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님의 서재
  • 어둠의 심장
  • 조지프 콘래드
  • 15,300원 (10%850)
  • 2024-08-12
  • : 2,702

 

콘래드 사망 100주기를 맞아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에서 선보인 『어둠의 심장』은 황유원 시인의 번역으로 콘래드 문체를 느낄 수 있는 최신간이다. 양장본의 겉표지는 말로의 배가 항해하던 그 유역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겉표지를 벗기면 그 유역을 바라보는, 어쩌면 말로의, 그리고 우리의 눈이, 눈빛이 형형하다.

 

『어둠의 심장』.

어둠 속에서 이야기를 시작한 말로와 그 이야기를 듣는 우리, 어둠 속에서 말로의 혹은 우리의 심장 소리. 말로는 알지만 우리는 모르는, 미지와 같은 어둠의 인물 커츠를 통함 울림, 어둠 속 심장 소리를 닮은 북소리. 제목은 여러 의미로 읽는 이들에게 남겠지만, 말로가 그리고 콘래드가 말하고자 한 Heart를 내가 과연 제대로 느꼈는가, 내내 어려웠고 조심스러웠다.

 

그들이 욕망하는 것은 대지의 저 깊은 내장에서 보물을 뜯어내는 것일 뿐, 금고를 터는 절도범이 그러하듯 그 욕망의 한 구석에는 그 어떤 도덕적 목적도 존재하지 않았지. p.73

 

인생에서 우리가 기껏 바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에 대한, 너무 늦게 얻게 되는, 얼마간의 지식과 지울 수 없는 일련의 후회뿐이라네. p.167

 

문명과 야만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일까.

타자를 부정하게 되는 선은 어디서부터 생겨나는 걸까.

부끄러울 정도로 “끔찍한”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순순히 인정해야 하나.

어떤 문명 혹은 문화, 어떤 인류, 몇몇의 우리는 도대체 자연에 대한, 삶에 대한, 특히 타인의 삶에 대한 태도와 존경을 무엇과 맞바꾸었을까. 어디서 잃어버렸을까. 언제부터 잊은 지도 모르고 기울어진 시소에 앉아 마주앉은 이를 기다리면서도 자만하게 되었을까.

 

읽는 내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앉아 먼 북소리와 함께 말로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어둠의 심장』으로 콘래드를 알고 콘래드의 작가관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뛰어난 장면 묘사와 심리 묘사로 곳곳에 인덱스와 메모를 남긴, 오랜만에 푹 빠져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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