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미션이나 숙제 느낌 없이, 귀농에 대한 단 꿈도 아닌 이야기로 읽고 그림으로 만져본 책, 이웃집 식물상담소. 정말 이웃에 이런 상담소가 있다면 처음에야 쉽게 들어서지 못하겠지만 하루 이틀 기웃대다가 그림에 반해 홀린 듯 들어서지 않으려나 싶다. 온실같은 갤러리에 발을 들인 기분으로 끝까지 읽었다.
식물로도 참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 절화는 이미 살아있지 못 하게 된 꽃이라는 걸 왜 자각할 수조차 없었나, 남산 타워 아래에 열쇠가 그렇게나 많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네, 깃대종_맹아지_자연사_식물인간, 등등 이야기마다 어머! 어머! 하며 읽었다. 그리고 생각난 “식물은 뭐든 될 수 있다”던 김초엽님의 지구 끝의 온실, 작가의 말에 나온 이야기. 그래, 식물은 뭐든 될 수 있어서 누구에게, 무슨 이야기로든 뿌리내릴 수 있구나, 멋지다.
당연한 듯 초록을 보지만 키워낼 줄은 모르고, 좋아는 해도 할 줄 아는 대로만 할 뿐 뭘 좋아하는 지 궁금해한 적이 없었던 나의 화분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갈증을 달래 줄 물로 대신 해본다.
p.164 식물이라는 생명에 대해 소유가 아닌 반려가 시작될 때 사랑하는 식물은 잘 자라줄 것이다.
p.280 아, 처음 알았어요. 이런 거. 어릴 때 진작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