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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embro2님의 서재
  • 누군가 내 마음을 몰라줘도
  • 박윤재
  • 9,000원 (10%500)
  • 2020-02-12
  • : 45
일기로든 심심할 때 그냥 그리는 그림으로든 자신이 느낀 거나 접한 걸 표현하면 된다

(중략)

소설가나 만화가가 될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살면서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들을 한 마디 말로든 짧은 일기로든, 뭐로든 남기면 좋겠다. 아무리 좋은 추억이라도, 쉽게 잊혀 버리고 말게 되니까

- 여는 글 ‘즐겁게 읽어 주세요’ 중 -


‘총체적 즐거움’ (김산, 키키, 2011년,민음사) 이라는 시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즐거움’이라는 게 뭘까요? ‘좋아한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요?

조카에게 좋아한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습니다.
“응~좋아한다는 건 기분이 좋다는 거야.”
십 년 전쯤에는 망설임 없이 이야기 하던 조카. 그런데 방금 전 같은 질문을 하자 이번에는 이렇게 말하네요.
“간단함으로부터 백 만년 쯤 떨어진 질문인데......”

즐거움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좋아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잘 알지 못함에도 두 단어를 두 가지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는 글을 쓸 수가 없을 듯 합니다. 살아갈 수가 없을 듯 합니다.

몇 편의 시를 좋아하지만 그 이유를 잘 모릅니다. 시집을 즐겁게 읽어 본 적이 있던가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를 소리 내어 낭송으로 만날 때와 눈으로만 만날 때 즉, 마음 속으로만 소리 내어 만날 때. 두 만남이 같지 않음을 경험해 본 적이 있습니다. 낭송으로 만날 때가 더 닿는 느낌이었다는 것. 그것만은 분명합니다.

박윤재님의 시집을 읽는 동안 어쩌면 너무나 많은 시가 와 닿았습니다. 그 손길이 시선의 온도가 아주 차가울 때도 따스할 때도 있었습니다. 결국 박윤재라는 한 사람의 목소리, 마음의 소리, 마음의 울림을 듣는 시간은 그를 통해 내 마음의 울림을 만나는 시간.

‘구상나무’라는 시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맨 처음 시집을 만났을 때에는요. 그런데 방금 전 시를 다시 만나 보니 느낌이 달라졌어요. 부딪힘이 생겼습니다. 그 부딪힘의 이유가 의문인지 의심임지 호기심인지 ...... 시가 쓰여 있는 110쪽, 함께 실려 있는 그림에 대한 느낌도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문득 그림을 직접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집니다. 시인이 이 시를 직접 소리 내어 낭송 하는 것을 듣게 된다면 (글자로 만날 때 보다) 조금이나마 더 온전히 시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이렇게 신은
불편하면서도 푹신푹신한 의자다.


‘신’ (116쪽) 이라는 시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저에게는 이 시집 역시 그러합니다. 불편하면서도 푹신푹신합니다. 때로는 순하고 가장 아름다운 동물인 ‘구상나무’ 같고 때로는 매일매일 어두운 골목에 서 있는 ‘자판기’ (35쪽), 알면서도 모른 척 지나친 자판기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집에서 십여 차례 등장하는 단어.
마음.


마음으로부터 격려를 받아라
기운을 낸 몸에 감사하라
그리고 몸과 함께 사과하라
- ‘후회’ (68쪽) 중 -


너의 마음을 탓하지 마
- ‘누군가 내 마음을 몰라줘도’ (93쪽) 중 -


시집을 처음 읽었을 때는 ‘흔적’ (박종성, Harmonicist, 2019년, 뮤직앤아트컴퍼니) 이라는 곡이 떠올랐는데 오늘은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니까’ 라는 곡이 떠오릅니다.


마음.

마음이 뭘까요?

어렸을 때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물었는데 왜 그런 걸 묻느냐고 혼났던 기억이 납니다. 질문에 대한 답은 듣지 못한 채 ......

그리고
그럼에도
아직도
오늘도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다시 만난다면 또다른 질문을 하게 될까요?

아마도

어쩌면





- 2020년 3월 29일 일요일 오후 1시 35분
박윤재 시집 ‘누군가 내 마음을 몰라줘도’ 를 읽고 -


P.S.이 글은 흔들의자에서 마련 해 주신 서평 이벤트 참여로 쓰게 된 글입니다.

좋은 시집을 보내 주신 흔들의자 출판사 여러분과
박윤재님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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