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바보로 만드는 엉터리책 비판>은 과대망상적이거나 엉터리 정보를 늘어놓은 일본 관련 소설이나 역사서, 연구서 등을 비판하는 책입니다. 대부분은 학문적 연구의 대상이라 볼 수 없는 황당한 내용인데요, 일본에는 이런 책들을 비평하는 것이 제도화 돼 있답니다. 이런 책을 비평하는 이유는 책이 진실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어떤 문제에 대한 대중의 잘못된 의식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미즈노는 사람들이 자신을 준연예인 정도로 알고 있지만 좀더 진지한 연구자의 자세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털어놓습니다.
미즈노는 일본인인 자신이 이런 대중서들을 비판하는 이유를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서로에 대한 소신 있는 비판을 억제해야 한다면, 그것은 한일 관계에 오히려 나쁜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일본의) 그는 한국인 전체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으며 일부 대중의 잘못된 대일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싶었다고 반복해서 말하는데요, '객관성' '냉철한 판단' 등의 단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책의 절반 정도는 일본을 정벌하거나 일본에 정벌당하는, 반일 의식을 표출하는 대중소설들에 대한 분석입니다. 이런 소설들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대박이 터진 90년대 초반부터 쏟아져 나왔다고 합니다. 요지는 '일본을 꼭 이기고 싶다'는 대결의식에서 탄생한 소설들이라는 것입니다.
책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고대사를 다룬 민간 연구자의 책들입니다. 대부분 과잉된 민족의식 때문에 중국을 지배했다거나 일본이 한국의 식민지였다고 주장하는 책들입니다. 이미 말했지만, 미즈노는 근거없는 고대사 찬양이 일본의 역사왜곡과 다를 바 없으며, 심지어 서로 동형구조를 갖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어요. 한국 전문가로서 미즈노가 계속 주장하는 바이죠. 그러므로 한국은 한일간의 역사를 좀더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겁니다. (미즈노는 일본의 역사왜곡이나 식민지배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일본인의 무지함과 무관심은 문제삼아 마땅할 것이다.")
책은 전여옥의 <일본은 없다>도 비판합니다. 이 책은 일본에서 UGO나 초등력 등의 엉터리 책을 취급하는 다마출판에서 번역본으로 나왔답니다. 일본여자들은 못생겼다,일본 여자는 옐로캡이라 불릴 정도로 밝힌다, 일본 여자는 특히 흑인을 좋아한다 등 책의 주관적이고 근거 없는 일본 비판에 대해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미즈노는 일본에 대한 근거없는 찬양만을 늘어놓는 <한반도 개조론> 같은 책들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책의 결론 부분에서 미즈노는 다행히도 일본에 대한 엉터리 내용을 담은 책들이 줄어들고 한국인들은 반일감정과 함께 일본에 대한 호감과 동경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책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우리는 한국인의 '엉뚱한 언설'에 대해 가능한 객관적인 비판을 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일 우호를 위해서는, 한국인의 주장에 막무가내로 동조하거나 엉뚱한 언설이라며 싸잡아서 무시하는 것이 아닌, 그것이 타당성을 지닌 것인지 아닌지를 분별해 해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동조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한국인은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게 제일"이라는 태도와 다를 바 없다. 그것은 최악의 한국인 차별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떻습니까? 조금 불편한 점이 있긴 하지만, 그냥 배신자의 독설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저는 친일역사청산에 동의합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발간 작업도 찬성합니다. 아픈 과거라고 덮어두면 계속 덧이 나지요. 그럴수록 더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기억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역사청산작업을 하면서 우리의 모습도 돌아봐야 합니다. 맹목적인 반일 감정과 일본인 비하, 과대망상적인 민족주의, 이런 것들은 어찌보면 식민지의 상처가 덧나 이상하게 번져나간 것이 아닐까요? 진정한 한일의 소통을 위해서는 일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역시 냉철하고 객관적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진정한 역사청산의 목적 아닐까요? 이런 의미에서 저는 '배신자' 미즈노에 대해 더 토론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김재범만 토론하고 미즈노에 대해서는 침묵합니까? 일본인이기 때문에?
저는 아직까지는 미즈노가 일본 우익과 동조하고 있다고 믿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