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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ainizx95님의 서재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국내에서 출판된 사기관련 도서들을 읽고 있는 중이다.

대부분의 도서들은 일본 작가의 번역물이고, 국내 작가의 저작들도 일본학자들의 논문에 기대어 쓴 것이 많다.漢學분야에서 그들의 성과가  월등한 만큼  일본에 대한 편견은 잠시 접어두고 그들의 성과를 수용하며 공부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도 역시 일본 작가의 책을 번역한 것이다. 나는 일본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원전을 가져다가 비교해 볼 수는 없었다. 그런데 몇군데 참고하려고 펼쳐보고는 번역의 무성의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례를 들기로 한다.

p97에 보면 회음후 한신의 행적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책의 본문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한신이 젊었을 때 있었던 이야기다. 남창의 정장집에서 기식하며 눈칫밥을 먹었다는 것이고, 햇빛에 솜을 말리던 여성에게 드디어 은혜를 갚았다고 말했다가 비웃음을 산 일이 있었으며, 또 굴욕을 견뎌내고 위업을 달성한 한신이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갔다는 기록이 있다. 열전에는 나중에 한왕이 항우를 물리친 뒤 이 세사람에게 상응하는 보복을 했다는데, 이 이야기들은 원래 하나의 일화였던 것 같다. 본문에서는 이것이 유일한 한신의 젊은 시절 모습으로, 사마정의 사기색은 에서는 남창 정장의 이야기를 초한춘추와 비교하고 있는데, 이것은 사마천의 경험이 아니고 다른 데서 끌어온 이야기인 것 같다."

무슨 번역기를 돌렸는 줄 알았다.
<사기를 탄생시킨 사마천의 여행>은 비문투성이의 책이다. 위에 예시한 부분을 자세히 읽어보면 한국어를 배운지 얼마 되지 않은 외국인이 작문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 책은 사기에 대해서 꿰고 있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 아니다. 한신이 젊은 시절 시정잡배들에게 시달림을 당해서 그들의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는 굴욕을 참아냈다는 유명한 일화는 중국역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일화이다. 그렇다고해서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자신의 모든 배경지식을 동원해서 이 번역서의 원문은 어땠을까라고 고민하며 읽게 만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면 백지상태에서도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해야 할 것이며, 전문 연구인을 대상으로 했다면 원전을 충실하게 한자한자 번역하거나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할 수 있게 해야할 것이다. 이 책은 이도저도 아니다.

정 관심있는 분이라면 정신건강을 위해 서점에 직접 가서 몇페이지라도 읽어보고 사시기를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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