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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 엘레나 페란테
  • 15,300원 (10%850)
  • 2017-12-20
  • : 2,971

나폴리 4부작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드디어 길고 긴 여정의 끝을 맞이했다 하지만 나는 다시 시작한다.

 

두 여인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살아왔는가?

내가 나폴리 4부작을 읽으면서 릴라와 레누에게 던진 질문들이었다.

4부에서는 릴라나 레누가 나폴리에서 다시 시작한다.

그래서 1부 『나의 눈부신 친구』 를 다시 펼쳐봤다

나에게 여전히 지적 호기심을 안겨주는 이 서두를 다시 읽어본다.

 

난 너와 같은 무리를 한 번도 미워해본 적이 없노라.

부정을 일삼는 모든 정령 중에서도

너 같은 익살꾼은 내게 조금도 짐스럽지 않구나.

인간의 활동이란 쉽사리 느슨해지고

언제나 휴식하기를 좋아하니 내 기꺼이 그를 자극하여

악마의 역할을 해낼 동반자를 그에게 붙여주겠노라

괴테 『파우스트』

 

신은 메피스토펠레스와 거래를 한다. 인간의 선함의 힘에 대해...

인간의 욕망을 자극해서 악의 존재도 신의 존재도 포용할 수 있는 선의 힘을 보여준다.

악마의 역할이 릴라는 레누가 레누에겐 릴라였던가?

아니면 같은 시대를 살아온 가족, 친구였던가?

릴라와 레누는 마음의 눈으로 그녀들의 우정을 보았는가?

레누가 가지는 릴라에 대한 감정 혹은 릴라가 레누에게 가지는 감정은 같다.

불안과 질투 증오와 애정으로 뭉쳐진 관계들이다.

이런 감정을 갖는다는 것도 욕망의 한 부분이다.

욕망의 감정들이 매개가 되어서 릴라와 레누의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우정의 끈이었던가?

서로 살기위해 서로에게 아픔을 주는 관계가 ‘우정’인가?

 

마지막 4부는 나폴리 4부작의 결정판이다.

뒷심이 엄청난 소설이라는 것을 4부에서 아주 마음 아프지만 한 사건부터 시작된다.

난 3부까지는 막장 드라마로 읽혀졌다. 그래도 장편소설의 4부를 기대하지 않을 수없었다.

마지막 권을 읽지 않고서는 대서사시의 장소가 된 나폴리를 그리고 엘레나 페란테를 이야기 할 수도 판단할 수도 없다.

누구나 다 공감할 이야기일 것 같지만 그러면서도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엘레나 피렌테의

늪이었고 작가 나름의 역사였던 것이다

모든 것이 아슬아슬 했던 그 시대를 살았던 릴라와 레누의 관계는 해피엔딩의 결말이 아니다.

652p “나는 우리 우정이 끝났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로 끝맺는다.

 

릴라의 고귀함의 절정을 보여준 그녀의 자신의 인생 삭제!

릴라는 정말 어떤 사람인가? 읽는 내내 의문점 투성 이었다.

그녀의 이름을 통해 삶의 매듭을 버리고 싶어 했던 그녀는 책에서도

“릴라에게는 자기 삭제란 미적 욕구에 가까웠다”

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몇 달에 걸쳐 읽고 있는 내 삶의 한 부분처럼 느껴왔던 릴라의 존재가

새롭게 그려진다.

이 아이러니함이 이 책을 다시 읽게 만드는 힘이 되었다.

막장처럼 읽혀진 이 책이 막장이 아니라 내안의 유령과도 같은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그런 역사책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어볼 생각이다.

두 번째의 만남에서 릴라랑 레누는 나에게 어떤 존재의 의미를 던져줄까?

나폴리 한 도시에서 일어난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그 시대를 대변이라도 하듯 그 사회 정서

모든 것을 보여준 소설임에 틀림없다.

나에게는 평생 눈부시게 기억될 사람이 있는가?

 

107p “다른 것은 모두 언젠가는 어차피 변할 배경일 뿐이야”

239p “아! 세상의 본질이란 무엇일까? 지금 너두 봤잖아, 레누. 확실하게 정의

내릴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어 그런 건 아무것도 없어.”

521p 릴라가 “경계의 해체”라고 부르는 병의 근본적인 원인은 릴라가 릴라이기를

원치 않는 데 있었다.

595p 복잡한 시대였다. 우리가 성장했던 세계의 질서가 사라지고 있었다.

604p "인생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어디에 쓰여 있는데?”

619p “유령이 정말 있나요? 리나 이모는 유령이 정말 있다고 했어요. 하지만 건물이나

거리나 바스토의 오래도니 성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귓속에 있대요.

바깥세상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때 사람들의 눈 속에 있는 거라고 했어요.

입을 여는 순간 새어나오는 목소리와 생각을 할 때 머릿속에 있는 거라고 했어요.

말뿐만 아니라 이미지 속에도 유령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래요.

621p 세상 일이 쳇바퀴 돌 듯 반복될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돼. 으레 한때는 상황이

좋아졌다가 안 좋아졌다가 때가 되면 다시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

우리는 항상 열심히 노력해야 한단다. 우리 주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 하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야 해. 실수하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니까.

632p “아픔이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찾아오는 법이라고 중얼거렸다.

“악은 결국 예기치 못한 곳에서 바닥을 뚫고 기어 나오는 법이야”

“모든 사람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올바른 말을 하고, 모든 일에는 그에 따른 결과가

있고, 호감과 비호감,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나오고 마지막에는 반드시 위안을

받게 되는 것은 형편없는 소설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야”

636p “죽은 사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643p 나는 나의 시대를 한 걸음 한 걸음씩 걸어오며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사유하면서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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