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4부작 제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릴라는 나폴리로 돌아오고 레누는 나폴리를 떠나 대학교수인 피에트로와 피렌체에서 결혼생활을 한다. 작가로서 성공한 레누는 집안일과 육아를 도맡는 엄마의 자리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한편 릴라는 햄 공장에서 일하면서 아들 젠나로를 키운다. 릴라는 햄 공장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운동을 한다.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남편 피에트로와의 결혼 생활은 만족스럽지 않고 집안일과 육아 때문에 두 번째 소설을 집필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레누는 끊임없이 갈등하며 고통스러워하는 혼란한 삶을 살고 있다.
그때 레누곁에 나타난 첫사랑 니노에 대한 마음은 예전 니노의 연인이었던 릴라에 대한 질투심으로 레누는 니노를 향한 순수한 마음과 한때 릴라의 연인이었던 니노를 차지하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놓는다.
3권 마지막 레누와 니노의 결정으로 인해 앞으로의 삶이 불안과 고통과 행복중 어떤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까?
148p 릴라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관념적인 선형성을 추구했다.
그것은 모든 추상적 관념의 기원이 되는 절대적인 추상성이었다.
릴리는 0과1이라는 숫자 외에는 그 어떤 진실도 허용치 않는 완벽한
선형적 세계 안에서 평온함을 찾으려 했다.
384p "상상력이 더해지지 않으면 현실은 진짜 얼굴이 아니라 가면처럼
보일 뿐이거든“
394p ‘어떻게 여자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그동안 나는 수많은 책을 읽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지금껏 나는 그 힘든 과정을 견뎌냈을 뿐 책에서 습득한 지식을 제대로 사용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책에 쓰인 내용에 대해 한 번도 반문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생각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비판적인 사유란 이런 것이다. 그렇게나 노력했지만 나는
제대로 생각할 줄도 모른다.마리아로사도 마찬가지다. 마리아로사는 다독가인 데다 내용을 솜씨
좋게 재구성해 그럴싸하게 소개하는 능력은 뛰어나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릴라는 다르다. 릴라에게는 타고난 재능이 있다. 공부만 계속했다면 릴라도 이 책의 저자처럼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생각은 좀처럼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즈음 어떤 책을 읽어도 이런저런 생각 끝에 결국에는 릴라가 떠올랐다. 머릿속에 이상적인 여성상을 만들어냈는데 그 여성상은 약간의 차이를 제외하면 릴라에게서 내가 느껴왔던 것과 똑같은 열등감과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책을 읽을때도 나는 릴라를 생각했다. 릴라의 삶에서 단편적인 사건을
떠올리고 릴라가 공감했을 법한 문장과 싫어했을 법한 문장을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다.
495p 릴라의 삶은 동적인 데 비해 나의 삶은 정적이다.
무엇인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어린 시절부터 나를 사로잡았지만 나는 그제야 처음으로 그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무엇인가 되기를 원했다. 그 무엇인가가 뭔지는 알지 못했지만 말이다.(중략)
이제 나는 다시 무엇인가가 되어야 한다. 이번에는 오직 나를 위해서 그렇게 되어야 한다 릴라에게서 벗어나 성숙한 인격체로서 말이다.
책은 작가의 손을 떠난 거라고 한다.
오롯한 독자의 몫이다.
살면서 생겨지는 세계관 사상관 이념 모든 것이 다르기에 같은 책을 읽지만
독자에 따라서 다른 생각, 의견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서 읽는다는 책읽기 또한 정석일 수 없는 것이다
번역자의 후기를 읽어보면 정말 같은 작품을 읽은 것인가? 라며 스스로에게 구태여 나의 무지함에 대한 변명의 여지를 만들어 본다. 덕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600여 페이지를 읽으면서 600여 가지를(사랑과 질투, 우정 등 인간의 모순적인 감정을 통해) 생각하게 하고 참 막장스러운 내용들로 혼란스럽지만 그럼에도 68혁명운동 시기를 살아온 등장 인물들은 기성세대의 가치관과 권위주의를 거부하며 페미니즘 시각에서도 릴라와 레누를 이해가 되고 격변기 시대 이념의 차이에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정신적 문화적 기준이 되는 릴라와 레누로 이입이 되는 참 어렵고도 복잡한 책이다.
삶에서 그 무엇을 추구하는 자세!
릴라와 레누가 일생에서 보여주고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생각하고 느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마지막 4권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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