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시인 동주
타치오 2016/02/1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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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동주
- 안소영
- 14,400원 (10%↓
800) - 2015-03-06
: 2,506
71년전 오늘 시인 윤동주가 후쿠오카 형무소의 한 독방에서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강점기에 태어나서 일제가 패망한 해에 꽃다운 나이를 접어야 했던 그가 어떤 생각들을 했었는지 다 알 수는 없지만, 두고 간 그의 시를 통해 그의 가슴에 어떤 한이 맺혀 있었을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황혼이 짙어지는 길 모금에서
하루 종일 시든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땅검의 옮겨지는 발자취 소리,
발자취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총명했던가요.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 속에
괴로워하던 수많은 나를
하나, 둘 제 고장으로 돌려 보내면
거리 모퉁이 어둠 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지는 흰 그림자.
흰 그림자들
연연히 사랑하던 흰 그림자들,
내 모든 것을 돌려보낸 뒤
허전히 뒷골목을 돌아
황혼처럼 물드는 내 방으로 돌아오면
신념이 깊은 의젓한 양처럼
하루 종일 시름없이 풀포기나 뜯자.
<흰 그림자> 전문 1942.4.14
마침 안소영의 소설 <시인/동주>를 읽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조선 청년들의 고뇌와 암울한 시대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녹아있었습니다. 간도와 경성 일본을 오가며 나라 잃은 청년 지식인들이 보고 느꼈을 많은 것들이 지금도 저를 심란하게 합니다. 소설은 윤동주를 역사 속의 인물로 박제화 하지않고 시대의 무게를 온전히 겪어내는 고뇌하는 젊음을 생생하게 살려내고 있습니다. 그의 안타깝고 허무한 죽음이 가슴 아픕니다. 때맞춰 동명의 영화도 개봉한다는군요. 70년이 지난 오늘에도 '하루 종일 시름없이 풀포기나 뜯'을 수밖에 없었던 시인처럼, 마냥 편한 마음으로 그를 애도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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