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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치오님의 서재
  • 인간의 품격
  • 데이비드 브룩스
  • 18,000원 (10%1,000)
  • 2015-11-20
  • : 4,471
폭설과 강풍으로 마비된 제주공항의 이야기는 마침 세미나 때문에 그곳에 갔다가 발이 묶여버린 지인을 통해 듣게됐다. 인간의 바닥을 드러내게 만든 그곳의 상황은 지그문트 바우만의 <유동하는 공포>를 떠올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처럼 보이지만, 그로인해 일어나는 재앙의 이면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그랬고 스촨의 대지진이 그랬다. 공항 관리공단의 이기적이고무책임한 직원들과 결항된 항공회사 직원들의 이해하기 힘든 업무처리와 태만.. 염치와 도덕이 바닥에 내팽개쳐진 이 나라에서 어찌 그들만 나무랄 수 있을까만 인간으로서의 품격이 실종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사흘을 대기하던 지인이 갑자기 넉넉해진 시간에 읽으려던 책이 바로 그 <인간의 품격>이었다. 문자로 지나치게 도덕책 냄새가 난다는 식의 주제넘은 소감을 보냈다가, 나이 먹어서도 때로 경솔한 내 행동을 반성하며 곧바로 철회했다.

도덕적 운운은 아주 작은 주관적 흠결이지만, 사실 이 책에는 훨씬 무거운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다양한 에피소드들도 흥미롭지만 저자의 생각이 농축된 어휘들과 경구와도 같은 문장들이 곳곳에서 눈길을 멈추게 한다. 문득문득 눈을 들어 상념에 빠져들게 만드는 글이야말로 정말이지 매력적이지 않은가.
미 대통령에서 소설가와 직업군인 그리고 고대로마의 철학자에 이르기까지 여덟명의 다양한 인물과 그들에 얽힌 또 다른 인물들과 일화들을 통해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더듬어 가는것이 이책의 큰 틀이라 할 수 있겠다.
그들 모두 치열한 삶을 살아낸 범상치 않은 인간들이지만, 어차피 세상엔 완벽한 인간이란 없다. 그러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적어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알 수 있지 않을까.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다`라는 부제로 미루어 저자의 의도는 그렇게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지인은 밤비행기로 무사히 돌아왔고, 끔찍하고 막막했던 사흘간의 제주공항 결항사태를 전해 들으며 새삼 <인간의 품격>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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