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정책의 최고 싱크탱크',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비영리 독립 외교정책단체이자, 외교 문제의 최고 권위지인 Foreign
Affairs를 발행하는' 등 수식어가 붙는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 회장으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재임 중인 리처드 하스의 책이다. 그의 주요 경력을 대충 보면 지금의 외교협회 협회장을 포함해 조지 H. W. 부시 행정부(아버지
부시) 백악관 특보 및 국가안보회의NSC 중동 및 남아시아 지역 담당 선임보좌관, 콜린 파월 국무장관 아래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이다.
책은 읽는데 시간은 좀 걸렸지만 그리
어렵지 않다. 논문 수준의 책이 아니고, 위에 언급된 포린 어페어(국제관계 평론잡지) 17년/1-2월 호(격월로 발행)에 게재된 저자의 기고문
<세계질서 2.0: 주권적 의무에 관해>를 좀 더 발전시킨 내용이라고 역자 후기에 언급돼있다. 또한 대중독자를 위해 쉽게 쓰인 측면도
있다.
기고문 제목이 빨리 와닿지 않으면 "한 국가의"
주권적 의무에 관해로 알면 될 듯. 이에 대한 내용은 3부 10장부터 제법 일정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주권적 의무'에 대해 논의를 집중, 심화시켜 나간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1225/pimg_7474261881803221.jpg)
개인적으로 포린
어페어, 포린 폴리시 두 매체가 헷갈렸는데 포린폴리시(FP)는 사무엘 헌팅턴 등의 주도로 창간되어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와 함께 외교전문지의 양대 산맥으로, <포린 어페어스>가 미국 정ㆍ재계 등 기득권층을 대변한다면 FP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혼돈의 세계>의 목차는 매우
쉽다. 과거, 현재, 미래. 제목에서 암시하듯 저자는 양차대전(20세기 전반)과 이후 냉전, 그리고 그 이후 25년을 이야기하며, 현재가
포함되는 그 이후 25년의 국제질서 내지 세계질서를 말하면서 부연설명이 필요한 일종의 '무질서disarray'로 규정한다.
앞서 내용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한 것은 개념과 용어를 외교적 용어, 정치적 용어처럼 학술적으로 구분해 사용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로즈장학생으로
옥스퍼드에서 철학으로 석박사를 수학한 저자의 자기만의 스타일이 묻어난 책이기 때문이며, 우리나라 국내에 전해진 미국 외교가에서 들려 전해온
이야기와 큰 차이가 없는 사실이 그렇다.
그럼에도 주목해야 할 것은 김정은 이후 계속되는 핵실험 도발과
위협으로 국내 분위기가 무관심 내지 무던함과 불안감이라는 양극단의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국제사회에서도 고조되는 분위기 조성 중이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일말의 관심에서라도 읽으려는 마음자세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리고 <혼돈의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모 일간지에서 저자가 대표로 있는 美
외교협회가 연차 보고한 국제사회의 위협과 분쟁가능성 이슈를 다룬 기사가 전하듯 북한의 핵도발, 위협을 비중있게 말한 대목이다. 책 내용을 한 번
더 자세히 읽어보면 정리가 되겠지만, 대충 내 기억에 의지해서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다. 책 내용은 17세기 유럽에서 시작한다. 거기에 본인의
알량한 역사 지식을 더해 재구성해보면, 유럽 전역의 치열하고 극심한 30년 전쟁이 끝난 후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오늘날과 큰 차이가 없는)
국가 간 경계선이 획정되고, 국가 주권이 국제적으로 확립되어 통용 내지 영토주권에 대한 인식이 공유되기 시작하는데. 그 이래로 이 국제적 체제가
오래 유지되다가 20세기 양차대전(원인은 특정할 순 없지만 참고로 저자는 나름의 설명으로 분석한다)으로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세워진다.
핵심적 전략무기 '핵'무기가 등장하면서 UN창설과 상임이사국 등으로 구성된 안보리 등 핵과 관련한
UN의 쟁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그 뒤 합법적 핵보유 지위국(5개국)과 NPT에 미가입해 핵개발한 그에 준하는 핵보유국에 '북한'도
언급한다. 논의를 더 나아가면 한국, 일본의 자체 핵무장 필연가능성 및 미국이 대중관계라는 큰 틀에서 북한을 관리하고, 북한 오판포함 중국이 잘
상황판단하길 원하는 입장인 듯하다. 이 대목이 불편한 독자도 있을 것이나 더 중요한 것은 예컨대 급변사태라던지 일단의 사건 발생 이후 남겨진
핵물질,무기를 누구보다 먼저 장악하는가 하는 핵심사안을 더 집중해 주목해야할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 중국 참여를 상수로 생각하는
듯하다.
한편 서구인적 시각에서는 세계 어느 지역보다 과거의
역사적 선례(대표적으로 십자군전쟁)도 있고 해서 지리적으로 가깝고 지정학적으로 밀접한 중동지역의 정황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혼돈의 세계> 역시 중동, 발칸반도, 대러시아 문제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