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소를 생각한다'이지만 실제 내용은 '소와 함께 산다'이다. 아일랜드의 소설가인 저자 사라 바움이 소설 집필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간 뒤 먹고 자는 값으로 아버지를 도와 소를 키우며 느끼고 공부하고 생각한 것을 엮은 책이다. 대충 책 소개글만 읽었을 때에는 소설가가 소를 키우며 겪었던 일을 잔잔하게 풀어가는 에세이집일 것이라 예상했으나, 실제 읽어보니 저자와 아버지 사이에 존재하는 서사와 감정, 축산업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아일랜드란 나라의 이야기, 인류 역사에 존재하는 소의 모습이 탄탄하게 결합된 감동적인 책이었다. 요즘 서점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가볍고 심플한 내용의 에세이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운과 감동, 생각할거리를 안겨주는 좋은 책이었다.
목차를 살펴보면 1월부터 6월까지 시간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중간중간 저자가 소에 관련된 문헌을 공부하며 알게된 사실들과 소와 관련된 여러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본래 소설가인 저자의 글도 물론 훌륭하겠지만, 이 책을 옮긴 번역가 노승영님 덕분에 책 전체에 비문이나 막히는 부분 없이 술술 읽히면서도 문장과 표현이 아름다워 읽는 내내 좋았던 책이다. 번역서는 원문이 훌륭해도 번역가의 역량에 따라 한국어판은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글의 매력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문장과 서사의 아름다움이 충분히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흔히 우리는 인간의 반려 동물로 개나 고양이, 새 등을 떠올린다. 그런데 인류 문명사에서 인간의 곁에는 오랜 시간동안 소도 있었다. 그런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소'하면 그저 우리에게 노동력과 고기를 주는 일종의 자원으로만 여겨질 뿐, 동물이고 생명이라는 생각은 잘 와닿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소 역시 생명을 지닌 아름답고도 소중한 생명체라는 생각이 든다. 1회독 때는 전체 이야기를 파악하며 읽었으니, 다음 2회독 째에는 문장을 곱씹으며 아름다운 글을 감상하는 동시에 저자가 생명과 자연에 관해 어떠한 메세지를 던지려고 했는지 좀 더 곰곰히 생각하고 음미하면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