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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름이님의 서재
  • 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
  • 강석희 외
  • 12,600원 (10%700)
  • 2024-12-13
  • : 670


(돌봄 소설집)이라는 말을 표지에 밝힌 이 책은 7명의 작가가 청소년이 마주하는 돌봄을 소재로 그려낸 이야기 7개가 담겨져 있다.


『녹색 광선』 강석희

“돌 하나를 갖고 싶었다. 완벽한 형태의 흑돌을.” 이라는 모호하지만 인상적인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첫 번째 이야기는 지체 장애와 청각 장애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이모와 그 조카의 이야기다.

“반창고는 원래 남이 붙여 줘야 좋아. 그래야 빨리 낫거든.”(p. 25)

서로의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 주며 몸을 기대는 이모와 조카의 모습을 통해 누구나 자신만이 아는 바닥이 있고 누구나가 다 반창고를 붙여 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하게 된다.

 

『낙원』 김다노

악어와 사는 ‘장해요’ 학생의 이야기다. 작가는 ‘누구나 지옥이 아닌 세계를 지향할 자격이 있고, 깨끗하거나 좋은 향이 나지 않더라도 나의 방식으로 안전하게 돌볼 수 있는 공간...을 향해 힘들더라도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그려낸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겠지만 악어도 없을 것이다.”(p. 65)

돌봄의 시작은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 비록 나의 가정일지라도 나를 돌보기 위해 떠날 수 있는 것이 성장이고 어른이라는 작가의 생각에 나 역시 동의 한다.

 

『샤인 머스캣의 시절』 백온유

‘상습적으로 오해하는 사람이고, 만성적으로 불신하는 고질병’을 가진 심한 알레르기 증상자 지우와 그와 사귀게 된 희지의 돌봄에 대한 이야기다.

“... 천천히. 내가 기다려 줄께.”(p. 102)

기후 우울증의 불편 중 하나에서 소재를 찾아 다음 세대 아이들이 겪을 환경적 어려움과 그 속에서의 돌봄을 그려내고자 했던 작가 덕분에 기후 우울증의 증상에 대한 관심 역시도 가질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

 

『바코드 데이』 위해준

‘커플’이 되어야만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안전을 보장받을수 있다면, 그 관계에서 진정한 돌봄을 기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이다.

크고 작은 기대 뒤에 뒤따르는 실망속에서, 나에게는 당연한 것이 상대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자 했던 작가는, 커플 바코드를 찍었다면 당연히 커플이 될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 본구의 착각을 통해 내 입장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주변의 관계는 없는지 돌아보게 한다.

 

『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 전 앤

학교 여자 축구부인 유진은 경기에서 자책골을 넣으며 인스타에서 비난 댓글을 받는 힘든 상황을 마주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오른발이 점점 작아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한 때는 자신의 자랑거리였고 가장 아꼈던 것들이 골칫덩어리가 되거나 가장 힘든 대상이 될수도 있는 상황을 마주하게 될 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일어설 것을 작가는 권하고 있다. 유진의 짝짝이 발은 상상은 안되지만 그 발에서 힘을 느끼는 유진의 마음은 나에게도 힘을 주는 것 같다.

- 나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이 나를 돌보는 일이라 생각합니다.(작가의 말)

 

『귀여워지기로 했다』 최영희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끝나지 않고 쌍방 구원으로 이어지는 돌봄에 대해 쓰고 싶었다는 작가는 로봇 ‘제프’와 혼자서만 방에서 지내는 청소년 다유를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다른 세계의 존재에 대한 돌봄이 우리에게 줄 가능성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게 한 소설이었다. 적어도 작가의 말처럼 ‘돌봄이란 두려움을 이겨 내도록 돕는 일’이란 말은 확실하게 동의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가방처럼』 황보나

이혼할 수도 있는 부모님의 상황 때문에 돌봄 센터에 다니는 외할머니 댁에 가게 되면서 겪게 되는 돌봄의 이야기이다. 돌아가신 후에 알게 된 할머니의 배려와 돌봄은 아무리 세대차이가크다 할지라도 사람의 온기만큼 멀리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손녀와 우리에게 깨닫게 해준다.

“.. 풀잎이 자수로 도톰하게 새겨진 할머니의 작은 가방에는 많은 것이 들어갔다.”(p.231)

 

 

청소년이 마주 할 수 있는 돌봄의 내용들을 들여다보며 ‘요즘 아이들’에 대해 쉽게 내뱉었던 걱정들이 거둬질 수 있었다. 시대마다 험난한 산들이 크고 작게 모습을 드러내지만 각자의 산들을 함께, 때론 홀로 넘는 우리 모두에겐 ‘돌봄’이란 유전자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이끌어갈 새로운 방식의 돌봄이 기대가 되기도 하고, 부럽기까지 한 마음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의미있는 그림자라도 될 수 있는 어른이 되도록 소중한 청소년들의 돌봄을 어떤 방식으로 함께 할지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해준 책이었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10대의 생활에 시선을 향하게 해주는 이야기들이 많이 쓰여졌으면 좋겠다.


*출판사 서평 이벤트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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