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머리카락은 늙음의 신호가 아니다
plitvice 2026/06/2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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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철 우산
-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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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 - 2026-06-01
: 200
🎙️내면에 새겨진 상처의 깊이가 달라서일까요?
사색하고 음미하기를 반복할수록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느껴졌어요. 하지만 하나는 알것 같아요.
그저 삶을 흐르는대로 바라보며, 일상에서 놓칠 수 있는 현상의
이면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다는 것의 소중함 말이에요.
유난히 마음이 닿았던 시 몇 편의 일부를 남길게요.
🖌️ 고민을 그만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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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항아리 속에 살고 있을 것 같아
어느 봄날 작은 항아리를 사서
속을 깨끗이 닦아
볕 잘 드는 곳에 두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을 바꾸거나
항아리를 씻어 두고 기다리는 일
🎙️'아름다움'을 찾고 싶어 고민하던 시인은 '작은 항아리'를 사요.속을 깨끗이 닦아 햇볕 잘 드는 곳 에 두고 탐색하지요. '어떤 아름다움이 담길까' 오랜 시간 설레며 바라보지만 기대는 무너져요. 항아리 바닥에 '지저분하고 거뭇한 줄'만 남게 되어서요.
항아리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고민은 그만 접아둘 수 밖에요.
🖌️은빛 머리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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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머리카락이 은빛이 되었네, 뒤따라오던 아내가 말했다
검은 머리도 흰머리도 아니게 된 것이 시간의 어느 사이가 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호랑나비가 앉은 무게를 견디느라 풀잎이 조금 내려앉을 때가 어느 사이는 아닌 것처럼
검은 머리카락이 늙어 은빛이 된 것은 아니다 은빛 머리카락은 요즘 태어난 것들이고 검은 머리카락보다 나이를 먹지도 않았다 흰 머리카락들이 생겨난다면 가장 앳된 것들이 될 것이다
앳된 것들이 오래된 일을 증명하는 것은 이상하다 이상한 것들이 멀찍이 떨어져 사이를 만들어도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검은색이던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변해가는 건 우리 모두가 받이들여야 하는 세월의 흐름이죠. 한 두개씩 머리카락이 은빛을 띌 때마다 '늙어가는구나'하며 한탄할 필요가 없다고 시인은 말해요.
머리카락의 색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머리카락이 계속 '태어난 것'이라고 하지요. 시인에게 '흰 머리카락'은 그저 '앳된 것들이 계속 태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거든요.
🖌️달이 작아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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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문에 달린 종 우는 소리, 당신이 왔다고 생각한다
한동안 자귀나무 울음 때문에 힘들었다고 하니,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당신이 대답했다고 생각한다 먹구름이 오래 머물렀다는 말을 덧붙였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온 적 없는 자리를 떠나 개와 박새의 울음을 지나서 한참을 걷는다 달이 조금씩 작아지는 길 같다
🎙️달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지요. 이 시에서 '반달'은 시간의 어떤 경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상태와 맞닿아 온전한 서로를 꿈꾸는 것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상징 같아요. 미완성이 만나야 완성이 되는듯한 느낌이랄까요.
"논 피니토(non-finito)"
오래 전 미술사에서 미켈란젤로의 조각과 작품에 관해 읽었던 내용이 떠올랐어요.
'논 피니토(non-finito)'는 이탈리아어로 '끝나지 않은 것', '미완성'이라는 뜻인데요. 조각이나 회화에서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처럼 남겨진 표현을 가리킬 때 사용되는 단어에요.
하지만 단순히 작업을 끝내지 못한 미완성과는 그 의미가 달라요. 거친 흔적, 덜 깎아 덜 다듬어진 형상 자체를 긴장감과 생명을 불어넣은 표현 방식으로 이해하거든요.
미완성 자체가 완성된 작품인 것이지요.
💐 시를 읽으며 제게 말해요. 세상은 불완전하고 우연 투성이지만, 미완성이나 부족함으로 바라 볼 것만은 아니지 않느냐고.
그리고 나만의 통찰로 정리하죠. 언제나 미완성일 수밖에 없는 우리 삶 자체를 아름답에 바라보는 시선을 갖는 일, 일상곁에 가만히 함께 머무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라는 것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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