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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dde님의 서재
  • 판을 까는 여자들
  • 신민주.노서영.로라
  • 13,500원 (10%750)
  • 2022-02-25
  • : 162




부제가 마음 아프다. 최악과 차악만을 던져주는 사회에서 20대 여자들은 어디로 향하는가. 그러게요. 정말 어디로 향하고 계세요? 그들에게 지금은 최악인지 차악인지. 저에게는 확실히 최악입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엇갈리는 표심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이번 대선은 기운이 빠진다.




20대가 아니라 '이대녀'라는 타이틀은 모면했지만(더 웃긴 삼대녀가 있다...ㅂㄷㅂㄷ) 이번 대선 결과에 아무도 주지 않은 부채감을 느꼈다. 실은 세월호 이후로 늘 그 또래들에겐 부채감뿐인 것 같다. 내가 더 잘 살았어야하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더 빨리 사회에 나와, 아무튼 선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주제에, 그 호칭에 떳떳하려면 내가 더 괜찮은 어른이 되었어야하지 않을까. 적어도 내가 경험한 끔찍한 일들은 모르고 지낼 수 있게 도와주어야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내가 더 나쁜 사람이 되지 않도록, 그날이 나를 지탱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부채감은 내게 과분하고 감사하고 미안하다. (나보다 엉망진창인 어른이 많은 걸로 위안을 삼아도 되겠지만, 그들은 나에게 수치만 안길 뿐.)







남성혐오는 있지만 없는 것.


이 얘기를 2016년 회식자리에서도 선배랑 했었다. 여성을 혐오하는데, 여성을 죽이겠냐고 쳐다보기도 싫어서 안 마주치겠지, 그러니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말하는 그에게 더 설명할 기운도 없었지만 그래도 그땐 했다. 선배에게 되바라진 새끼라고 실컷 욕을 먹었다. 되바라진 게 맞아서 억울하지도 않았다.


이제 이런 원론적인 얘기는 따분하게 느껴질 정도로 교묘하고 치사한 방법으로 여성혐오를 펼치는 걸 보면, 참 누굴 미워하는데 진심이구나 싶다. 진짜 미우면 그냥 안 보면 그만인데, 늬들 그거 사랑이다. 짝사랑. (절레)


가뜩이나 기운이 없는데, 이렇게 화가 나는 텍스트를 차분히 읽고 읽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와닿았던 목차는 '우리 자연사하자'였다. 죽음을 떠올릴 때 나를 처음 발견하게 되는 이의 얼굴을 상상하게 되면 조금 더 단정히 살고 싶어진다. 시체만으로도 당황스러울텐데, 다른 걸로 머릿속을 어지럽히지 말아야지. 물론 아주 나중의 이야기다.


마지막 퇴근길에는 내가 포기한 것과 다시는 가질 수 없는 것들이 머리에 뱅글뱅글 돌았다. 그러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것조차 못 버티는 사람이 다른 일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스스로에게 한 날카로운 질문에 대답할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187p, 우리 자연사하자



스스로 던진 질문도 아니었고, 가까운 이에게 들은 질문이라 더 오래 남았다. 다들 버티라고 했고, 나도 저 질문을 마주하기 싫어 버티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먼저 무너진 건 몸이었다. 몸이 망가진 뒤에야 더 무너질 마음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기대수명이고 자연사고 참 사치스럽다는 생각을 20대 후반에 했다. (당시 내 생활패턴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내 예상 수명은 40 초중반이었고, 예상 사인은 병사였다. 아마 그때의 패턴이 수명을 20년은 깎지 않았을까? 인생 얼마 안 남았다 아자자!)


좌절하지 말고, 일단 살아남아야지. 라고 말하면서 지난 정권에서의 내 삶을 돌이켜보면 그다지 희망적이지는 않다. 사실 아직 아무 것도 안 했는데 왜 지레 겁먹고 있을까.


'세상을 뒤집을 '이대녀'들의 목소리'라고는 하지만, 세상을 단번에 뒤집는 건 투표로도 안 된다. 매일매일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그리고 가끔씩 이렇게 분노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괜찮아?


앞으로 5년 간 자주 묻게 될 것 같다. 주변에, 그리고 스스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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