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kadde님의 서재
  • 아무렇지 않다
  • 최다혜
  • 14,850원 (10%820)
  • 2022-02-16
  • : 588
모이면 노래방을 가는 친구들이 있다. 우리는 가성비를 챙긴다며 대학가 코인 노래방을 찾아 작은 부스에 서너명이 꾸역꾸역 몸을 웅크리곤 했다. 각자 좋아하는 곡은 달랐지만 떼창곡은 장범준의 ‘노래방에서’였다. 그 가수의 곡은 벚꽃 연금이라는 벚꽃 엔딩 말고는 듣지 않아서 그날 노래방에서 친구들이 부른 ‘노래방에서’가 제대로 들어본 첫 곡이었다. 노래방에서 나와 가사 한소절이 자꾸 귀에 맴돌았다. ‘나는 아무렇지 않지 않아요.’



<아무렇지 않다>에 등장하는 김지현, 강은영, 이지은은 비정규직 노동자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자기 작업을 하고 싶지만 생계 때문에 ‘남의 글’에 그림을 그려주는 지현,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근무하지만 정교수는 까마득하기만 한 은영, 내 작업을 하겠다며 회사를 나왔지만 정작 현실과의 괴리에 자꾸만 작아지는 지은. 이들의 삶은 아무렇지 않지 않다.

편의점에서 3,500원짜리 도시락을 고르다가 “돈 100만 원만 보내달라”는 엄마의 전화에 850원짜리 컵라면을 고르고, 박사학위도 없이 정교수 자리를 꿈꾸기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다음 학기 강의 연장을 위해 정교수와의 식사자리에서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작업을 위해 물감을 사면서도 주머니 사정 때문에 물감 몇 개를 내려놓는 모습은 세 사람만의 일상은 아니다.

익숙한 일상보다 더 와닿았던 건, 지현과 은영과 지은이 때때로 얼굴을 붉히고 달아나거나 덤덤한 표정이 무너지며 눈물이 비죽 나오는 장면이다.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아무렇지 않지 않아’진 순간 미묘하게 달라지는 표정들. 우리도 몰랐던 우리의 얼굴이 그곳에 있다.


“ 불행은 늘 초대 없이 무례하게 찾아온다. 그리고 세상은 불행을 겪는 이들에게 그것이 그들 스스로 초래한 것이라 말하는 더 큰 무례를 범한다.”

“ 나는 그들의 결론을 말하고 싶지 않았고, 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내게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들이 그저 살아가기만을 바랐다.”
-작가의 말 중에서-


생존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잘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가는 것.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살아낼 수 있을지 조차 잘 모르겠다. 

마음 어딘가가 무너질 때마다 먼저 울고 있던 지현과 은영, 지은의 얼굴이 떠오를 것 같다. 아무렇지 않다고 중얼거리면서.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