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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
  • 강혜빈 외
  • 10,800원 (10%600)
  • 2022-02-14
  • : 847



시집은 읽지도 않으면서 시를 열심히 쓰던 때가 있었는데, 막상 시집을 읽어보니 내가 쓰던 건 시가 아니었다. 그 뒤론 시가 너무 어려워서 읽지도 쓰지도 않게 됐다.



시와 아주 아주 멀어진 후에야 조금씩 시를 읽고 있다.




혼밥과 시가 어떻게 어울릴 수 있을까 생각하며 이 책을 골랐는데 혼자 점심을 먹으며 꺼내보기 좋은 책이다. 어떤 시는 김밥 같고 어떤 시는 샐러드 같고, 또 어떤 시는 잼을 바른 식빵 같다.



시 전체를 적는 것도, 일부만 찍거나 옮겨 적는 것도 내키지 않지만 그래도 셋 중엔 일부를 옮겨 적는 게 가장 나은 것 같다.






말하는 사람의 의중을 파악하는 일은

물맛의 차이점을 느끼는 일과 비슷해서



점심이라는,

어떤 장르를 만드는 일과 같아서



그러나 여자에게

가벼운 친밀감을 느끼기 시작할 때

오늘분의 점심시간은 끝이 나고



사람들은 문득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서둘러 바깥으로 나선다


「다가오는 점심」 中, 강혜빈



점심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시도 있고, 전혀 점심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하는 시도 있다. 시를 읽는 동안 우리가 점심을 먹으며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의 주제를 떠올려 봤는데 그 폭의 넓이 만큼이나 시가 다루는 소재도 다양하다.



오은 시인이 쓴「그」는 사실 조금 웃겼다. '김성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가 성 씨 성을 가진 친구와 진 씨 성을 가진 친구를 가진 바람에 셋이 모여 다시 김성진이 된다.



점심 시간에는 , 특히 일을 같이 하는 사람과 먹는 점심에는 나도 너도 아닌 제 3자의 비극이 희극으로 둔갑해 반찬이 되곤 하는데 김성진의 이야기가 딱 그랬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 시집은 정갈한 반찬 같기도 하고, 도시락 속에서 뒤섞인 반찬 같기도 하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른 맛의 찬이 등장해서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식당에서 밥을 기다리는 동안 한 두 페이지씩 읽다보면 혼자 먹는 점심도 제법 왁자지껄한 기분이 들 것 같다.





날마다 조금씩 다르게 걷는 일은

왜 너에게 중요한지


알지 못하면서도 너는 다르게 걷는다


「오늘의 산」 中, 주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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