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장 밝은 밤에 헤어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밝은 밤’, 그러니까 백야(白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백야>를 다시 읽어본다.
책의 제목을 다르게 해놓으니 마치 다른 책같아, 읽을 때에 매우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백야가 ‘밝은 밤’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밤의 개념도 다르게 해보게 된다.
그 밤의 의미는?
이 소설의 주인공의 발언을 들어보자.
바야흐로 그에게 밤은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된다.
그래도 나의 밤은 낮보다야 한결 나았다! (19쪽)
느낌표까지 있는 것을 보니, 그 의미가 한결 나았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그러면 어떻게, 왜 나았다는 것인가?
이야기의 시작은
어떻게, 왜 그런지를 알려면, 이야기가 길다.
역자의 말부터 들어보자.
조카가 <죄와 벌>을 읽으면서 불평 아닌 불평을 했단다. 사람들 이름이 왜 그렇게 긴지. 그래서 이름이 짧은 것을 찾았다면서,
그런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역자는 자신있게 말한다.
이 책이야말로 그런 불평은 나오지 않을 것이니, 추천할만한 책이라고. (264쪽)
정말 그렇다.
남자 주인공 이름은? 굳이 찾으려고, 또 찾아서 긴 이름 외우려고 애쓸 필요없다.
이름이 아예 나오지 않는다. 사람이니 분명 이름은 있을 것인데,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을
보니, 저자가 이 책을 다른 나라 사람들이 편하게 읽으라고 그런 것 아닐까.
그런 상상 또는 망상, 이 책의 주인공 남자가 할만한 거라서 독자인 나도 따라해보았다.
하여튼 남자 주인공은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하기야 1인칭 소설이니 굳이 자기 이름을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상대방에겐?
“당신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38쪽)
라고 묻는 대목이 나온다, 여자가 남자에게 묻는 게 아니다. 남자가 여자에게 묻는 말이다.
그말에 여자는 대답을 한다.
“제 이름은 나스텐카예요.” (39쪽)
여주인공 이름이 참 쉽다. 나스텐카, 얼마나 쉬운 이름인가?
그렇게 이름은 쉬운데, 사람은 결코 쉬운 사람이 아니다.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참, 아직 그 말을 하기엔 이르다.
남자가 자신의 이름을 물어보고 자기 이름을 말해주었으면, 당연히 그 다음 수순이 남자의 이름을 물어야 하는데, 그걸 하지 않는다. 왜 그랬을까?
여자에겐 그저 ‘남자’면 되는 것이다. 남자 이름이야 무엇이든 상관이 없다는 뜻이리라.
두 사람은 만난다. 어떻게?
무릇 이야기가 되려면 만나야 한다. 특히 남녀 간에는 더 그렇다.
남자 오랜기간 동안 홀로 지내던 사람인데, 드디어 여자를, 아니 나스텐카를 만난다.
어떻게?
여기에서 작가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이 책에서 남녀가 만나는 것보다, 어떻게 헤어지느냐가 더 중요하다.
만나서, 이야기하고, 헤어지는 그 과정이 이 소설의 주요 얼개가 된다.
두 사람은 헤어진다. 어떻게?
두 남녀, 드디어 헤어진다.
그런데 작가는 헤어지기 전,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 그 마지막 장면이 펼쳐지기까지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아마 독자들은 이 주인공 남자를 응원하리라. 그러니 제 3의 남자가 끝내 나타나지 말기를 바랄 것이다.
그래서 <네번째 밤>의 끝 무렵까지도 한가닥 희망을 가지게 된다.
이 남자, 이제 홀로 견디는 고독의 밤은 끝이다. 아니 끝일 거야.
그런데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드디어, 드디어, 나스텐카가 기다리던 그 남자가 온 것이다.
물론 이 책의 제목, <우리는 가장 밝은 밤에 헤어졌다>가 이미 그 결말을 암시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의 주인공 그 남자가 이제는 그 고독한 밤에서 벗어나기를, 망상의 세월에서 벗어나기를 바랐는데.....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사실 어떤 사람들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때가 있죠. (84쪽)
사람은 자신이 불행할 때 타인의 불행에 더 강렬하게 공감하는 법이니까. (90쪽)
다시, 이 책은?
정말 소설가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정말 진정한 소설가, 맞다
그가 쓴 장편도 좋지만, 이 책, 단편같은 중편은 정말 독자를 끝까지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많은 독자들이 끝, 결말을 보고서야, 잠이 들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정말 작품의 배경이 되는 페테르부르크에 가지고 가서 백야에 읽어야 한다.
우리는 가장 밝은 밤, 백야에 <백야>를 읽었다, 고 말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