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seyoh님의 서재
  • 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
  • 박지훈
  • 17,820원 (10%990)
  • 2025-11-11
  • : 1,840

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읽기 전에 든 생각

 

책을 읽어가는 것은 구도의 길이라 생각한다.

해서 끝없이 되짚어 보고 성찰해야 하는 것인데 이 책은 그런 독서를 다시금 돌아보는데

아주 좋은 스승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나를 살펴보고, 또한 독서를 살펴보는 아주 좋은 책들을 담고 있으니 그런데 아주 적격이다. 

이 가을 나의 독서가 어디쯤 있는가 헤아려 볼 수 있는 귀한 책, 읽고 싶어진다.

 

이 책은?

 

좋은 책이다. 내가 이 책을 몇 번이고 읽었으면서, 서평을 쓰려고 손대지 못하는 것보니 분명 좋은 책이다.

그냥, 그저 이 책의 모든 문장을, 그 속에 들어있는 글자들을 조용히 씹어서, 먹어서, 누군가에게 건네주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전해 주고 싶다.

해서 정말 좋은 책이다.

 

왜 그런가, 왜 좋은 책인가?

 

여기 저자가 읽고 그 책에 관해 쓴 책들이 거의 모두 내가 읽지 않은 책이다.

내가 읽지 않은 책을 만나게 해주니. 그것만으로 좋은 책이라 불러도 된다.

아, 딱 한 권 내가 읽은 책이 있기는 하다. 이 책의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

 

물론 그것도 읽은지가 오래되었으니, 이 책으로 떠올릴 수 있으니, 그것도 좋다.

 

그 다음, 좋은 책인가 하면?

이 책 속에 책이 있고, 소개되는 책 속에 또 책이 있다, 그 연결이 끊이질 않는다.

마치 끝말 잇기 게임처럼 책은 연속해서 등장한다.

그러니 독자들을 책 속으로, 또 책 속으로 끌려들어가게 하니, 이게 좋은 책이 아니면 어떤 책이 좋은 책?

 

앗, 이런 글에 이런 생각이 나오는구나!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143쪽)

 

저자가 인용한 백석의 시 일부다.

저자는 이 시를 해설한 안도현의 말을 인용한다.

 

“내가 너를 사랑해서 이 우주에 눈이 내린다니”라고 감탄한 뒤 이런 말을 적어 놓았다.

(144쪽)

 

나는 그 뒤의 ‘이런 말’보다 따옴표 안에 들어있는 말이 더 좋다,

내가 너를, 그러니까 누군가를 사랑해서 눈이 내린다니!

 

이 말을 굳이 눈에 한정한 필요가 없다. 지금 이 순간 낙엽되어 지구 위로 내려앉는 은행나무 잎도 되겠다. 아. 내가 누군가를 사랑해서 이 도시가 온통 단풍천지구나.

 

그런 마음, 들게 하는 게 바로 시다. 백석의 시.

그렇게 백석은 단풍들어 지구에 내려앉은 낙엽처럼 내 마음에 내려앉는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쾌락은 일회적이고 행복은 반복이다. (21쪽)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가 만들어낸 지적인 세계, 그러니까 한 사람의 세계와 통째로 만나는 것이다. (21쪽)

 

수많은 죽음을 보았지만 돌아가신 부모를 안고 우는 자식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부모는 다르다. 그들은 반드시 자식을 품에 안고 눈물을 쏟는다. (93쪽)

 

부모의 사랑을 깨닫는 건 누군가의 부모가 될 때다. (93쪽)

 

(물이) 흐르는 자리는 마르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음악이라는 단어에 곧잘 ‘흐르다’라는 동사가 따라붙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128쪽)

 

이런 경험 있는가?

 

밤하늘에 반짝거리는 별을 보며 라이터를 켰다끄곤 했다. 그렇게 수취인 불명의 메시지를 하늘로 쏘아 올리면서 눅눅한 외로움을 달랬고, 가슴 뜀을 느끼며 달콤한 고독을 즐겼다. (23쪽)

 

이 글을 읽고 저 먼 과거 기억을 떠올린다. 군대에서 야간 보초를 서다가 하늘을 본 적 있다. 남성 독자들은 그런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 시간에 라이터를 켰다끌 수 없는 일이지만, 마음 속에 감추어둔 등불을 들어 저 먼 하늘로 쏘아보낸, 기억이 떠오른다.

 

그래서 임마누엘 칸트가 밤은 숭고하고 낮은 아름답다, 고 말한 것인가. (25쪽)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중,

나는 별이 총총한 밤을 꼭 그리고 싶다. 강렬한 보라색과 푸른색 초록색으로 물든 낮의 색깔보다 밤의 색깔이 훨씬 더 풍부하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나는 지금 종교에 대한 강한 욕구를 느끼고 있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 별을 그릴 거야. (27쪽)

 

우주는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 쉬우나 사실 크게 출렁이면서 빠르게 움직인다. (30쪽)

 

이런 글마다, 문장마다 나를 잠시 멈추고 생각에 빠진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다양한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올 것이다.

미처 읽지 못한 책들을 보여주며, 그런 좋은 책을 여태껏 읽지 못한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들기도 하고, 어디 그뿐인가?


문장 하나 읽고, 추억 한 개 떠올리고, 그리고 다시 그 문장을 음미해보면, 그 문장은 이제 책에서 활자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생에 어디 한켠에 옮겨와 살아있게 된다.

 

그러니 이 책은 책을 살아 있게 하는 책이며, 독자를 살아있게 하는 책이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