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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기로 보는 중국 기예
  • 이민숙.송진영.이윤희 외
  • 18,900원 (10%1,050)
  • 2025-09-25
  • : 440

이야기로 보는 중국 기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변검>이라는 낯선 제목의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변검이라니, 무슨 검술 영화가 아니다. 얼굴이 변하는 거다. 그것도 계속해서 얼굴이 바뀌는 것, 그게 변검이다.

 

변할 변(變)자에 얼굴 검(臉)자, 그렇게 해서 변검(變臉)이라는 말이 만들어진다.


그런 제목의 영화 <변검>은 중국 전통 기예의 전수를 둘러싼 사람들의 관계와 인간애를 그린 휴머니즘 영화다. (27쪽)

 

그렇게 나의 앞에 나타난 ‘중국 기예’를 이 책으로 자세하게 들여다보게 된다.

중국 기예는 변검 뿐만 아니다. 다른 것들도 있다. 공연 예술과 공예 예술, 그렇게 합해서 기예가 된다. 이 책은 중국 공연과 중국 공예를 같이 다루고 있다. 해서 『이야기로 보는 중국 기예』다.

 

[공연 예술]

경극, 변검, 공중 서커스, 그림자극 피영희, 구기, 탄사, 사자춤, 실경공연, 웨둥둔황, 포대희.

 

[공예 예술]

연화, 전지, 면소, 직금, 청화백자, 옥기

 

영화를 통해 만나보는 중국 기예

 

많은 독자들이 중국 기예를 우선 영화를 통해 만나본 적이 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변검>을 시작으로, <패왕별희> 그리고 <인생>등의 영화에서 중국 기예를 본 적이 있다.

 

우선 <변검>, 어떻게 저리 순식간에 얼굴이 바뀔 수 있을까, 하며 신기한 마음으로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본 적이 있었다.

 

<패왕별희> 경극이 등장한다. (13쪽 이하)


경극은 배우의 노래, 대사, 춤, 동작 등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배우가 어느 경지에 도달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연기를 할 수가 없다.

경극의 특색 중 하나는 무대가 텅 비어있다는 점이다. 즉 별도의 무대장치가 필요없는 것이다. 왜냐면?

경극은 연극임을 감추지 않는다. 연극임을 감출 필요가 없으니 사실감을 주기 위한 무대 배경이 필요없는 것이다. (14쪽)

그러니 배우의 연기 실력이 더더욱 요구되는 것이다.

 

그래서 배우들은 연기를 위해 피나는 훈련을 할 수밖에 없다.

<패왕별희>에서 주인공 더우쯔가 눈물을 흘리며 다리 찢기를 연습했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그 밖에도 영화를 통해 본 것들, 공리가 주연인 영화 <인생>에서 피영희가 등장한다.


장이머우가 감독한 영화 <인생>에서 공리의 남편인 푸구이가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그림자극 피영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영화들 목록을 적어 본다,

 

그러고 보면 우리들은 이미 중국의 공연 예술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영화들을 본 기억들이 있으니 말이다.

 

<패왕별희> 26쪽 - 경극

<변검> 27쪽 - 변검

<페이스 오프> 27쪽 - 변검

<위대한 쇼맨> 42쪽 – 공중 서커스

<인생> 62쪽 - 피영희

<서편제> 86쪽 - 탄사

<응사소년> 91쪽 - 사자춤

<비정성시> 130쪽 - 타이완의 포대희

<희몽인생> 130쪽 - 타이완의 포대희

 

중국 기예의 기본은?

 

중국 기예에는 무엇보다도 없어서는 안 되는 기본 철학(?)이 들어있다.

그 철학은 바로 ‘장자’의 사상이다.

경극과 변검에서 각각 장자를 인용하여, 그 기본을 밝혀 놓고 있다.

 

『장자(莊子)』의 <양생주(養生主)>에 나오는 ‘포정(庖丁)’의 이야기다.


포정해우(庖丁解牛)라는 사자성어로도 유명한 소를 잡는 포정의 이야기인데,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포정이 소를 잡아 해체하는 모습을 본 이를 본 문혜군이 감탄하며 물었다.

“아, 정말 멋지오! 기술이 어찌하면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소?”

그러자 포정이 대답한다,

(전략) 처음으로 제가 소를 잡을 땐 눈에 보이는 게 온통 소 아닌 게 없었지요. 세 해가 지나자 소의 온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되었습죠. 지금은 정신으로 소를 대할 뿐이지 눈으로 보지는 않습죠. 눈의 감각이 멈추니 정신의 작용만 남습니다. 소의 자연스러운 본래의 구조에 따라 살과 뼈 사이의 틈에 칼을 집어넣고 뼈마디의 빈틈을 따라 칼을 놀리고 움직이지요. 이 기술의 미묘함은 아직까지 한 번도 살이나 뼈를 건드린 적이 없습죠. 하물며 큰 뼈야 말할 나위 없습니다. (하략)

 

그런 경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소를 잡는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이것은 기예를 공연하는 데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신기(神奇)에 가까운 지경, 그래서 신기하다고 하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 중국 문화를 넘어, 예술이란?

 

이 책에 등장하는 중국의 공연과 공예를 이해하는 것은 곧 중국을 이해하는 일이 된다.

오랜 세월동안 축적되어온 중국 문화가 거기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다른 나라, 유럽이나 우리나라의 문화도 이해할 수 있는 토양이 된다.

 

예컨대 경극의 경우, 청나라 시대에는 풍기 문란을 이유로 여성의 무대 공연을 금지했다. (16쪽)


이처럼 여성을 무대위에 오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비단 중국뿐만이 아니었다. 영국에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셰익스피어 인 러브>다.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시기에 영국에서도 무대에는 여성이 설 수 없었던 것이다, 해서 남성이 여성 역을 맡았었다,

 

또한 이야기꾼들이 눈이 먼 사람이었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동서양이 비슷하다.

호메로스를 눈먼 사람이라고 하듯이 중국에서도 이야기꾼들은 주로 눈이 먼 사람들이었다.

『홍루몽』에 보면 연회에 불려와 이야기를 펼치는 꾼들이 눈이 먼 사람들이었다.(86쪽)

우리나라 영화 <서편제>에서 유봉이 송화의 소리를 완성하기 위해 눈을 멀게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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