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의 인문학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이 책 『얼굴의 인문학』에는 세 가지 주제가 담겨 있다.
첫째, 얼굴뼈를 들여다 봄으로써 얼굴이 지니는 정체성과 인간에 대해 탐구한다.
둘째, 얼굴뼈를 인간답게 만드는 요인들을 고찰한다.
셋째, 얼굴뼈가 문명 사회에서 갖는 의미와 인간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본다.
해서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장 영혼을 담은 수수께끼의 퍼즐, 얼굴뼈
2장 얼굴뼈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
3장 얼굴뼈와 인간 문명
그렇게 살펴보니 간단한 것 같지만, 실제 내용은 대단하다.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제목에 ‘인문학’이라는 말이 들어간 것이 예사롭지 않다. 얼굴뼈를 살펴보기 위해 이렇게 많은 정보들이 등장하다니, 그런 정보를 읽다보면 얼굴이 실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인문학은 그렇게 쓰이는 것이다, 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가 언급한 다양한 자료, 분류해보면
영화 및 드라마
- <007 스펙터>, <마징가 Z>, <에일리언>, <아내의 유혹>(61쪽), <내부자들> (129쪽), <더 씽> (211쪽), <캐스트 어웨이> (232쪽)
그림 - 앤디 워홀
역사 – 합스부르크 왕가의 인물들, 목은 이색 (82쪽), 로마 네로 황제의 어머니 (213쪽)
그 이상의 내용은 아래에.......
그렇다면 저자는 왜 <에일리언>을 소환하는 것일까?
에일리언만큼은 아니지만, 인간의 아래턱도 만만치 않다. 얼굴뼈 중 가장 크고 튼튼하며, 아래턱에 붙어있는 저작근 덕분에 최대 평방 센티미터 당 20kg 의 압력을 만들어낸다. (45쪽)
우리 몸에 있는 얼굴, 그 아래턱이 그정도 힘을 가지고 있다니. 신기한 일이다.
목은 이색의 시도 등장한다. (82쪽)
<대사구두부내향(大舍求豆腐來餉)>
채소국은 맛이 없은 지 오래인데
두부가 새로이 맛을 돋우네
이가 없는 사람은 먹기에 좋으니
참으로 늙은 몸을 보양할 만하네
이 시를 저자는 새로운 눈으로 본다. 만약 이색이 요즘 말하는 임플란트를 했더라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색이 잘 씹을 수 없으니 두부를 찾게 되고, 그게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유일한 대체 음식이었을 것이라 평가한다. 해서 이 시도 나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의 둘째 아들 조식의 글 <낙신부((洛神賦)>. (87쪽)
이 글에 단순호치(丹脣皓齒)가 등장한다.
붉은 입술에 하얀 치아, 라는 말로 미인을 의미한다.
조식은 좋아했던 견씨(甄氏)가 형에게 시집가 견후가 되었지만, 그 사모하는 마음을 낙신부(洛神賦)에 담았다.
이 책에는 그 글이 나와있지 않아, 해당 부분을 찾아보았다.
肩若削成 腰如約素(견약삭성 요여약소)
어깨선은 깎은 듯 매끄럽고 허리에는 흰 비단을 두른 듯 하네.
延頸秀項 皓質呈露(연경수항 호질정로)
목덜미는 길고 갸름하여 하얀 살결 드러냈구나.
延頸秀項 皓質呈露(연경수항 호질정로)
향기로운 연지를 더하지도 않고 분가루도 바르지 않았네.
雲髻峨峨 修眉聯娟(운계아아 수미련연)
구름 같은 모양으로 머리는 높직하고 길게 그린 눈썹은 가늘게 흐르도다.
丹脣外朗 皓齒內鮮(단순외랑 호치내선)
빨간 입술은 선연하게 눈길을 끌고 하얀 이는 입술 사이에서 빛나는구나.
明眸善睞 靨輔承權(명모선래 엽보승권)
초롱한 눈은 때로 눈웃음치고 보조개는 귀엽기 그지없도다.
그렇게 단순호치의 출전을 이 책을 통해 찾아낼 수 있었다.
혀를 잘 사용한 사람들 이야기 (125쪽)
합종연횡으로 유명한 소진과 장의가 등장한다,
그 후 유방의 밑에서 외교 분야에서 활동한 역이기.
10세기 고려의 외교관 서희.
<탈무드>에 등장하는 지혜로운 종의 이야기.
이런 것, 사실일까?
우리가 TV 사극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 있다. 왕이 하사하신 사약을 먹고 죽는 장면.
임금이 계신 방향을 향하여 절을 한 다음, 엄숙하게 사약을 마신다. 드링킹!
그리고 바로 죽는다. 약효가 그렇게 빠를 수가 없다. 드라마 시간을 맞추기 위한 것인가, 그렇게 빨리 죽을 수가 있을까? 그런 의문 가졌던 적이 있는데, 여기 그 궁금증이 풀렸다.
사약을 마시자마자 피를 토하며 죽는 모습은 사극에서 너무 많이 연출하는 바람에 생긴 진부한 클리셰고, 사실 사약을 마시고 나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약을 마시고도 죽지 않아서 활줄로 목을 졸라 형을 집행하기도 했다. 송시열의 경우가 그랬다. 임금이 내린 사약을 쭉 들이켰지만, 시간이 지나도 효과가 없어 멀뚱멀뚱 앉아 있어야 했다. 그렇다고 거물 정치인이자 성리학의 대부인 80대 노인의 목을 조르는 것은, 형을 집행하러 조정에서 내려온 금부도사도 차마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급기야 금부도사가 사약을 조금 더 마시고 죽어달라고 읍소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131쪽)
아무렴 그렇지. 사람 목숨이 그리 쉽게 끊어질 리가 없다. 특히 송시열이 그리 빨리 죽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구강암에 걸린 사람들 (144쪽)
구강암에 걸린 사람중 유명인이 있다.
율리시스 그랜트, 그로버 클리블랜드, 지그문트 프로이트.
앞의 두 사람은 미국의 대통령이고, 뒤의 프로이트는 정신과 의사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단순하게 뼈를 말하는 게 아니다.
얼굴뼈를 통하여 우리 인간의 모습을 찾아보고 있다. 해서 해부학적으로 뼈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덧붙여 인문학적으로 고찰해 보니,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는 곳이 바로 우리의 얼굴이라는 것 알게 된다.
저자는 글을 잘 쓴다. 독자들을 잘 이끌어간다. 이야기꾼이다. 해서 독자들은 약간 어려운 분야의 이야기지만 흥미롭게 읽어가면서 잘 따라갈 수 있다. 거기에 각 장마다 [만화로 읽는 의학사]를 덧붙여 놓아, 더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