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예수의 13번째 제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니체, 문제적 인물이다.
그의 저작은 그가 말한대로 우리의 머리를 깨부순다. 해서 그는 망치를 든 철학자라 불린다.
그의 말, 이해는 되지만 한편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들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신은 죽었다. 니체가 말했다. 그 말은?
특히 그가 말한 ‘신은 죽었다’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정말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는 그 말 속에 더 깊은 어떤 뜻을 숨겨놓은 것은 아닐까?
이 책을 펴들면서 가장 먼저 그 것을 찾아보았다. 과연 그 말은 어떤 의미일까?
그 말은 일단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나온 말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것은 유럽 문명의 심장에서 오랜 시간 살아 숨쉬던 기독교적 세계관이 더 이상 현실을 지배하지 못 하게 된, 철저하고도 냉정한 진단이다. (26쪽)
여기 다음 말에는 밑줄을 굵게 긋고 새겨야 한다. 이게 진짜 그 말의 의미다.
그 말은 곧 인간의 삶을 규정하던 중심축이 붕괴했다는 사실을 말하는, 지극히 신학적이며 동시에 실존적인 선언이다. (26쪽)
저자는 다시 이 말에 대하여 세부적으로 나누어 말한다,
첫째, 이 선언은 19세기 유럽이 경험한 ‘신의 부재 시대’를 보여준다.
둘째, 그는 신의 죽음을 통해 기독교 도덕의 붕괴를 선언한다.
셋째, 신의 죽음은 단지 부정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새로운 긍정의 길을 연다. (26쪽)
자, 이 정도 되면, 니체의 그 선언이 신이 물리적으로, 실체적으로 죽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된다. 그런데 여기 저자의 안타까움이 드러난다.
우리 기독교인들이 니체를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해서 니체의 ‘신이 죽었다’는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뿐, 그속을 들여다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니체가 왜 그렇게 기독교를 혐오했는지 구체적인 이유나 내용을 깊이 파헤치려 하지 않는다. 대신 니체의 독설로 하나님이 모욕당했고, 기독교의 교회가 무시되었고, 성직자들이 경멸당했다고 단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진단 정확하다. 저자는 니체도 또한 우리 기독교인들의 모습도 잘 이해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너무 문자에만 매몰된 나머지 그 속에 들어있는 참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저자는 니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 시대에 니체의 『안티크리스트』를 들고 나왔다.
『안티크리스트』를 제대로 읽어보자는 것이다. 신은 죽었다는 니체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이 시대 기독교인들이 그 책은 제대로 이해할까?
아니 ‘안티’라는 말이 붙어있으니 이건 불온서적이다며 빨간딱지를 붙이고 표지조차 열어보지 않으려는 게 실상일 것이다.
해서 저자는 이 책에 세 개의 파트로 나누어, 니체를 본격적으로 해부한다.
1부에서는 니체에 대한 기독교 진영의 이해와 그의 저서에 대한 안내를 담았다.
2부는 『안티크리스트』의 말과 형식, 그리고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내용을 새롭게 꺼집어낸다. 『안티크리스트』의 형식을 그대로 따라하며 서문을 비롯해 62개의 주제로 구성된 니체의 책을 새롭게 해석해 놓고 있다.
3부에서는 니체의 발언, 그 중에서도 교회와 성직자에 대해 말한 것중 골라내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니체의 말 본래 의미를 찾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게 세 개의 파트를 통해 니체가 기독교의 반대자가 아니라, 오히려 열 세 번째 제자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의 분노에 공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때로 분노한다. 거룩한 분노다.
마치 예수가 회당에서 장사하는 사람을 쫒아내며 분노한 것 같은, 그런 분노를 표한다,
이런 글 읽어보자.
여기서부터 나의 분노는 시작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과거에 “진리”라고 불리던 것들은 거의 사라졌고, 이제 우리는 어떤 목사가 “진리”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참기 어려운 현실에 이르렀다. 예수의 말은 사라지고, 대신 그들은 자기 말을 예수의 입에 억지로 밀어 넣는다. 그들의 거짓말은 ‘성스러운 언어’로 포장되며, 실제로 거짓임에도 불구하고 신자들은 서슴없이 “아멘”을 외친다. 교회에 들어서는 순간, 그들의 뇌는 작동을 멈춘 듯하다. 그런 이들을 ‘순수하다’거나 ‘무지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누가 그것을 기꺼이 지나치겠는가? (189쪽)
이 말은 결코 지나치지 않다. 요즘 정치면을 떠들썩하게 장식하는 많은 사건들, 그 중에서 종교의 허울 아래 목사인양 탈을 쓰고 행세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정말 목불인견이다.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종교인의 위선은 저자의 분노지수를 더욱 높였을 것이라는 것 분명하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오늘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독교 자체를 부정하거나 경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영원한 중심인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되돌아가, 처음의 복음, 처음의 헌신, 처음의 순결을 다시 붙잡는 일이다. (187쪽)
다시, 이 책은?
우리에게 니체는 어떤 존재인가?
저자는 니체를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라 한다. 반드시 풀고, 넘어가야 할 산이라 규정한다. 니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기독교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저자의 말, 새겨가며 읽어보자.
니체의 기독교 비판은 결코 예수나 그리스도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그가 비판하고 저주한 ‘기독교의 세계’는 우리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며, 건너야 할 광야와도 같다. 이 시험을 이겨내야만, 기독교는 풀어야 할 숙제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니체의 날카로운 비판 앞에 정직하게 맞서는 기독교만이, 진정 건강한 기독교라 할 수 있다. (31쪽)
해서 이 책은 바로 그런 숙제를 풀어내기 위해, 꼼꼼히 읽어내야 할 참고서이다. 그 중에 반드시 읽고, 숙지해야 할 것, 니체의 『안티크리스트』이다.
이 책을 통해 니체의 『안티크리스트』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마치 비급을 얻어 무공을 익히고 중원에 나서는 무협소설의 주인공처럼, 기독교의 진리를 가슴에 품고 세상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얻어 나서는 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