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른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엉망이다. 도대체 성한 곳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총체적 난국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게 그렇다는 말이다.
우선 날씨는 어떤가? 지구가 곧 멸망한다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기후 재앙이란 말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말이 되었다.
올여름은 날씨가 열대고, 이번 겨울은 이제 한대 지방이 된다는 불길한 예측도 있다.
그러한 때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여기저기에서 전쟁의 포연이 그치지 않는다. 또한 나라마다 소요가 그치지 않는다. 대체 왜 이런 것일까?
누군가 나서서 속시원하게 그 해결책을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고 매일 나타나 말도 안되는 공자왈 맹자왈 읊어대는 평론가 말고, 속이 후련하게 해결책을 알려주되, 존경할 만한 인물이면 정말 좋겠다.
그런 해결책, 그런 말 어디에서 들을 수 있을까?
그런 마음에 이 책 저 책 찾다가 드디어 만났다. 이 시대의 진정한 선각자인 노엄 촘스키를 만났다. 그의 책 『우리는 다른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에서 그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 책은?
이 책은 노엄 촘스키의 생각을 대담 형식으로 풀어놓은 대담집이다.
이 책의 저자인 C.J. 폴리크로니우가 묻고 노엄 촘스키가 답변하는 형식이다.
대담은 폴리크로니우가 묻고 노엄 촘스키가 답하는 식으로 진행이 되는데, 때로는 로버트 폴린도 대담에 같이 참여한다. 로버트 폴린이 누군가 하면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그를 소개하기를, 경제학자인데 촘스키가 그를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화석 연료 이후의 시대를 정의롭고 평등하게 전환해 나가면서 동시에 번영할 수 있는 경제 모델을 제시해 왔다고 소개한다.
노엄 촘스키가 들려주는 목소리
궁금했다. 촘스키는 현재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여러 가지가 그의 관심사이겠지만 이 책에 담겨 있는 분야는 다음과 같다.
크게 나누면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부. 기후와 기술 - 이제, 가능한 미래를 상상하라
2부. 균열의 정치 - 극우, 패권 그리고 민주주의 이후
다시 말하면 그의 관심사는 기후 위기와 세계를 분열과 투쟁의 상태로 몰아넣는 정치, 이렇게 두 가지다. 하지만 그렇게만 분류하면, 그의 세세한 목소리가 어디까지 미치는지 알 수 없으니, 다음과 같이 세분하여 소개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치 분야에 있어서, 이런 것도 특기할 만하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선택, 그리고 이란 문제.
자, 이제 세부적으로 읽어보자.
그의 말 곳곳에 우리가 경청해야 하는, 밑줄 긋고 새겨볼 말이 있다.
80여 년 전 미국 전쟁부(이런 게 있었나? 지금도 있나?) 장관인 헨리 스팀슨이 한 말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전쟁을 수행하거나 대비하려면, 기업들이 그 과정에서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20쪽)
촘스키는 바로 그게 오늘날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밝힌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전쟁 물자 생산에 엄청난 자원을 투입하고 정부와 계약을 맺은 기업에 막대한 이윤을 보장해 주는 정책을 펼쳤는데, 바로 그게 군산(軍産) 복합체이다. 군대와 산업의 결합인 것이다.
그는 또한 아마존 열대 우림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아마존 열대 우림, 그곳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모두다 알고 있다.
또한 그 숲이 인정사정 없이 파괴당하고 있다는 것, 또한 모두 알고 있다.
왜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정부하에서 브라질 전역에서 산림 피괴가 급증했는데 그 주된 원인은 소사육을 위한 목초지 확대였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진 이면에는 정부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해서 촘스키는 이 책의 2부인 <균열의 정치>에서 아마존 우림 훼손의 성격을 정치와 연결시킨다.
브라질에서 2021년 1월 8일, 현 대통령인 룰라 다 시우바에 대항하는 시위대가 정부 건물에 난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임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자행한 짓이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 이겠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아마존 열대우림과 관련이 있다.
아마존을 마음껏 훼손할 권리를 위협받을 것을 우려한 농업계 이익집단이 시위대에게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186쪽)
이런 사건들을 들어서 촘스키는 신자유시대를 거치며 민주주의의 취약성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결론짓는다. (188쪽)
촘스키는 계속해서 브라질의 아마존 열대 우림에 대한 우려를 이어간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과제로 삼았던 아마존 보호정책이 보우소나루의 파괴적인 행보로 중단되고, 농업이익집단에 의해 아마존 일부가 이미 사바나로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담화도 이어간다.
이에 대하여 길게 쓸 필요조차 없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당시 공식적인 명분이 있었다. 바로 이라크의 핵무기 존재 여부.
이런 기록 옮겨본다.
부시는 테이블 밑을 들여다보며 ‘여기엔 없군요. 혹시 벽장안에 있나?’ 하며 익살을 부렸다. 이 장면에 청중들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바그다드의 거리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대량 살상 무기를 찾지 못하자, 이번에는 살짝 방향을 틀어버린다.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가져오려는 게 미국의 숭고한 열망이라나?
이에 대한 리처드 노튼의 비판이다.
“이라크의 대량 살상무기에 관한 거짓이 드러나자, 부시 행정부는 점차 이라크의 민주주의적 변화를 강조하기 시작했고, 많은 학자가 그 민주화 담론에 편승했다.” (200쪽)
다시, 이 책은?
그가 제시하는 전환의 조건과 실천의 좌표는 무엇일까?
아래의 다섯 가지다.
· 정의로운 기후 전환과 녹색 경제
· 기술 낙관주의를 넘어서는 AI 시대의 윤리
· 신자유주의 이후의 민주주의
· 국제 정치의 균열과 새로운 패권 질서
· 아래로부터의 변화, 시민의 역할
촘스키. 그는 우리에게 도전한다. ‘우리는 지금,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해서 그가 제시하는 바는, 우리가 다른 미래를 상상하고, 그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촘스키는 입으로만 떠드는 책상물림이 아니기에 그의 말에 신뢰가 간다,
그가 말하면, 그게 진리다.
지금 우리 인류가 처해 있는 위기에 대한 그의 제안, 한번은 들어야 할 게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