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영화 레시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일단 이 책은 특이하다.
단순하게 영화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인 준희가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마녀라 불리는 편의점 언니가 들어주고, 거기에 맞춤하여 영화를 소개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화 속 이야기를 통해서 준희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인데, 그래서 영화는 그러한 문제를 해답과 같이 담고 있는 훌륭한 매체가 되는 것이다.
이 책에 들어있는 영화는 모두 25편, 그 내역은 다음과 같다.
그 영화가 어떤 때 소용이 되는가를 기준으로 분류해보자.
자신감을 키우고 싶을 때 : 〈알라딘〉, 〈아이 필 프리티〉, 〈위대한 쇼맨〉, 〈원더〉
용기가 필요할 때 : 〈빌리 엘리어트〉, 〈헬프〉, 〈옥토버 스카이〉, 〈주토피아〉
깨달음이 필요할 때 : 〈히든 피겨스〉, 〈아이 캔 스피크〉, 〈조커〉, 〈모던 타임즈〉
친구 관계가 고민될 때 : 〈우아한 거짓말〉, 〈우리들〉, 〈포레스트 검프〉, 〈플립〉
위로가 필요할 때 : 〈인사이드 아웃〉, 〈월플라워〉, 〈굿 윌 헌팅〉, 〈겨울왕국〉
미래와 직업이 고민될 때 : 〈변호인〉, 〈파이널리스트〉, 〈그래비티〉, 〈스포트라이트〉, 〈아이, 로봇〉
영화, 이런 것을 다시 본다.
25편 중에 본 영화도, 또한 아직 보지 못한 영화도 있는데
신기한 것이 본 영화에서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장면을 읽으니, 보지 못한 듯하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같은 영화를 보고도 나는 그냥 지나쳐서 못본 장면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그런 장면들을 다시 만난다.
그런 장면들이 더욱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장면인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된다.
<빌리 엘리어트>에서
아빠와 런던으로 가는 빌리, 아빠에게 묻는다.
전에 런던에 가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아빠는
“아니. 런던에는 탄광이 없잖니......” (74쪽)
아버지는 평생을 탄광촌에서 태어나 평생 그곳을 벗어난 적이 없다. 그가 아는 세상이라고는 탄광이 전부였다. 런던은 거기 탄광이 없으니 갈 리가 없는 것!
이런 대사가 뼈를 때리는 기분이 드는 것은 웬일일까.
<조커>에서
<모던 타임즈>의 한 장면이 등장한다. 바로 찰리 채플린이 백화점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장면이다. (123쪽)
특히 이 장면이 압권인 것은, <조커>에서 노동자들이 거리에 몰려나와 시위를 하느라 건물들이 불타고 거리는 아비규환인데, 부자들은 영화관에서 그 영화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변호인>에서
국밥집 아들. 진우의 말이다.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거고, 계란은 아무리 약해도 살아있는 거다. 바위는 부서져서 모래가 되고 계란은 바위를 넘는다.” (195쪽)
진우가 이 말을 하는 장면을 영화에서 보았는데, 그 발언을 이렇게 직접 워드로 치면서 음미해보니, 더더욱 의미가 있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명언이다.
<파이널리스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최종 라운드에 오른 12명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파이널리스트>에서
특히 이 사람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그 당시 영화를 보면서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말이다.
그 중의 한명인 케네디 렌쇼
“전 콩쿠르가 경쟁이라기보다 끊임없는 콘서트의 향연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훨씬 나아요.” (201쪽)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이런 말 아주 신선하다. 저자의 글솜씨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배어있는 통찰을 특히 새겨놓고 싶다.
영화에서 나온 말, 말고 저자의 발언도 새겨볼 말이 많다는 점, 분명히 해둔다.
시간 죽이려고 보는 거 아냐. 그런 건 시간을 아무렇게나 죽여도 될만큼 남아도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 (20쪽)
얼굴은 우리가 나아갈 곳을 보여주는 지도야. 그리고 얼굴은 우리가 지나온 곳을 보여주는 지도란다. (54쪽)
친절이란?
국어대사전에 의하면,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함. 또는 그런 태도. (57쪽)
영화 <원더>에서
위대함은 강함에 있지 않고 그 힘을 바르게 쓰는 데 있다. (58쪽)
큰 용기가 필요한 순간에 큰 용기가 단번에 솟아나는 게 아니란 말이야. 아주 사소한 일에서 작은 용기를 내는 것에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하는 거야. (67쪽)
한 번의 용기가 마법처럼 모든 걸 해결해 주지는 않아. 현실은 훨씬 더 많은 시련과 그것을 감당할 용기를 끝도 없이 요구하지.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라 두려움을 넘는 거야. (77쪽)
생각이라는 게 한번 굳어지면 좀처럼 깨기가 힘들어. (104쪽)
영화 <풀립>에서
풍경 전체를 봐야지. 그림은 그저 풍경을 모아 놓은 게 아니야. (150쪽)
영화 <겨울왕국>에서
사랑이란, 다른 사람이 원하는 걸 네가 원하는 것보다 우선순위에 놓는 거야. (184쪽)
다시, 이 책은? - 영화의 새로운 쓸모
이 책에서 마녀 언니의 입을 빌려 저자는 영화의 새로운 쓸모를 확실히 알려주고 있다.
영화는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언니가 영화에 대하여 설명을 해줘서 그런지는 몰라도 줄거리 이외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영화라는 게 참으로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죠. (226쪽)
영화라는 게 참으로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은 단지 준희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도 그럴 것이다. 나또한 마찬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