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나비를 듣다 울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 제목은 『잔나비를 듣다 울었다』인데, 그 중 ‘잔나비’가 무엇인지?
그게 무엇이길래 그걸 듣다가 울었단 말인가?
잔나비는 가수 이름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가수, 그 가수가 부른 노래 몇 곡이 나온다.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그 곡에 이런 가사가 있다.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
당신도 쓱 훑고 가셔요
달랠 길 없는 외로운 마음 있지
머물다 가셔요
내게 긴 여운을 남겨줘요
사랑을, 사랑을 해줘요
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새하얀 빛으로 그댈 비춰 줄게요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하략)
저자는 이 노래 중에서 이 부분을 듣고 울었다 한다.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
당신도 쓱 훑고 가셔요
과연 그랬다. 이런 노래, 이런 가사 들으면 공연히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또 있다. 잔나비 노래 중에 저자는 이런 가사에서 또 눈물을 흘렸는가 보다.
그땐 난 어떤 마음이었길래
내 모든걸 주고도 웃을 수 있었나
그대는 또 어떤 마음이었길래
그 모든걸 두고도 돌아서 버렸나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이란 노래의 가사 일부분이다.
그 모든걸 두고도 돌아서 버렸나
이 가사를 들으니 그 신선하고 나직한 마디마디 한 소절, 한 소절이 삑삑 소리를 지르며 쩍쩍 달라붙었다(25쪽)는 것이다.
정말 그랬다, 그 노래를 찾아들으니, 내 마음에도 그렇게 노래가 와닿았다.
그런 노래,,,,,,,들으면서 이 책 읽었다. 저자 세 명의 인생 이야기.
어떤 이야기일까?
사랑하고, 결혼하고 그리고 이혼한 이야기다.
그러니 그 모든 걸 두고서 돌아서 버린 이야기다. 그러니 그런 잔나비의 노래 가사에 눈물 흘리는 것이다. 그 가사에 눈물이 쏟아지고, 쏟아지며 저자를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는데, 공감이 간다. (25쪽)
이십대를 지나 서른 한 살에 만난 이와 결혼했고 서른 아홉에 이혼했다. (145쪽)
서른을 넘은 나이에 우연히 중학교 동창을 만나 연애를 시작했다. 2년여 만에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6년을 살았다.
나는 이혼이라는 이별에 전례없이 크게 걸려 넘어졌다. 이것은 그 넘어짐에 대한 이야기다. (170쪽)
그렇게 넘어지는 그 과정에 어찌 아픔이 없을손가?
저자들은 외친다, 그리고 속삭인다.
가슴 속에 뭉쳐둔 이야기, 꺼집어낸다. 외치는 소리다.
일을 마치고 혼자 집에 있는 시간, 가만히 누워있는데 갑자기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서 발작적으로 울음이 터져나왔다. 말 그대로 화산처럼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195쪽)
그리고 그것뿐일까?
여기 담겨 있는 말들은 그녀들의 가슴속에 응어리진 울음들이다. 그래서 잔나비의 노래에 그만 울컥 같이 울음되어 밖으로 밖으로 나오는 것일게다.
그래도 이런 대목 있어, 다행이다.
이것은 그 넘어짐에 대한 이야기다. (171쪽)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그 말 뒤에 문단을 바꾸어 다시 이렇게 이어진다.
그러니까 넘어진 것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한 박자 쉬고, 숨 돌리고.
그 다음에 이어지는 저자의 생각, 마음, 마음 다짐,
그리고 늘 그랬듯이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다. (171쪽)
우리들, 사람들은 그렇게 늘 다시 일어난다. 그런 마음 읽으면서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누군가 이런 말 한 기억이 난다.
넘어지는 것은 잘못이지만,
거기서 일어나지 않는 것은 더욱 큰 잘못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그리고 또 힘차게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웅변하는 그들의 행로, 독자들은 분명 그 길에 같이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