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나오시는 프로그램이나 저서등의 에피소드에서
종종 이 책 제목이 등장한다.
자네는 어디로 가는가..
당장 오늘, 내일의 행선지는 쉽게 대답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가 향해가는 길에 대해선 제대로 대답하기 힘들다.
편하게 묻고 편하게 듣지까지만 한다.
책의 표지를 물끄러미 바라 보면서도
막상 읽으면서도
질문이 무언지 생각해보지 못했다.
바쁜 삶 때문인지 복잡하게 얽힌 마음 떄문인지
질문은 잊은채 단어, 단어만 읽어나간 것 같다.
불교적 성향을 띄는 사람들은 대답없는 질문을 늘 마음에 품고 산다.
혼란스럽고 힘든건 대답을 못 찾아서가 아니라
찾고 싶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예전 법정스님이 수많은 질문을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실행하지 않는게 아니냐고 호통치신적이 있다고 한다.
답은 정해져 있지만
현실에 맞추기 위한 답
좀 더 편하게 돌아갈 수 있는 답을 원하기에
고통과 자괴속에서 헤매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스님들의 말씀은 언제나 깔끔하다.
이 책의 내용도 그렇다.
내려놓고 나누고 비우라는 말씀.
당장 다음 순간의 목적을 위해 현재를 망각하고 허상만 쫓아가지 말라는 말씀.
나를 비우고 그 비움에도 집착하지 않아야
진정 자유로울수 있다는 말씀.
다른 불교 서적들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부분이
선묵혜자스님은 베풀고 돌아서서 잊어버리라고 하신다.
좋은 일은 널리 알려서 전파시켜야 한다고 생각한 세속적인 내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는 부분은 아닐테지만
그건 내 스스로의 울타리에서 방향을 전환시켜준 중요한 부분이다.
그것 역시 내 만족을 위한 생각인지 조심해야 할 문제이다.
책을 받아들고 이틀만에 다 읽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속에 들어와 내가 된 구절은 없다.
내 그릇에 그렇게 될 수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옆에 두고 늘 조금씩 젖어가야 하는 책인것 같다.
내 삶이 이 책 속과 같이 된다면 얼마나 평온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 거울에 비친 그대 *
벽에 걸려 있는 거울만 거울이 아닙니다.
세상에는 참 많은 거울이 있습니다.
산과 들에 핀 꽃과 이슬 방울,
산새와 작은 벌레,
시냇물도 나의 거울입니다.
나의 가족과 동료,
문득 스친 낯선 사람도
나의 거울입니다.
꽃에 비친,
이슬 방울에 비친,
시냇물에 비친,
사랑하는 가족의 눈망울에 비친,
낯선 사람의 얼굴에 비친,
내 모습은 어떤가요?
예쁜가요?
못났나요?
그대가 생각하던
그대가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