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난 이 책이 너무너무 좋다.
이 책은 만화가 메가쇼킹님이 서울 홍대를 벗어나
제주도에 게스트 하우스를 짓고, 정착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강풀의 트윗 너머로 종종 쫄깃이라는 단어와 함께 얍삽한 콧수염 기른 장발의 캐릭터로만 알고 있는 메가쇼킹님.
솔직히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동글동글하지 않는 그림체도 그렇고
남자의 장발과 수염을 저~~엉말 싫어하는 내 취향에도 그렇고
염통이 쫄깃하도록~이라는 유행어(?) 또한 부자집 도련님의 호사스러운 말장난 정도로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너무 기대하며 이책을 신청한건 시기적인 필연(?)인것 같다. ㅋ
직장 문제와 살아가야 할 걱정으로 어깨에 곰 다섯마리쯤 얹어 놓고 땅위에 질질 끌려가듯이,
사는게 너무 버겁기만 해서 동생들이랑 퇴사 후 제주도 행을 계획중이었다가
그것또한 수포로 돌아가고 만.... 그 시기였으니..
제주도에 혹 했고.. 자유로운 영혼의 메가쇼킹님에게도 혹 했다.
항상 화낼 준비가 되어 있는 내게
가볍고 재미있는 자극제가 필요했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이책을 읽는데.. 난 시간을 좀 소비했다.
바쁘기도 했지만
읽다가 놓고는 멀리 바라보고
사진도 들여다 보고 만져보고
그림도 따라 그리고
귤도 구워 먹으며
천천히 음미하며 즐겼다.
협재바다와 비양도가 손에 잡히는것 같은 착각도 했다.
이혼 후 방황하며 홍대를 누비다
절대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문화 아지트를 홍대에 창립하려 하다가..
제주도로 변경하고
티셔츠 판매로 자금을 마련해
제주도에 게스트하우스인 쫄깃쎈타를 건설하는 과정과
그 속의 이야기들이다.
트위터를 통해서 또 지인들에게 도움 받은 부분들..
방문해 주신 손님들
제주도의 이웃분들.
더불어가며 도움을 주고 즐거움을 주고
쫄깃쎈타가 완성되어 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책이다.
즐겁기만 하려고 읽었는데
아련하고 짠한 마음이 드는게
옥빛 바다가 눈 앞에서 조용히 흔들리는 것 같다.
매일이 힘들고 지치지는건
잡을 수 있는 핑계거리를 옆에 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즐겁게 살 수 있는데
손 끝 하나 움직이지 않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즐겁게 살고 싶다.
염통이 쫄깃해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