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전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추억삼아 다시 읽어봤습니다. 하지만 곧 추억은 그냥 추억으로만 남겨야 한다는 걸 깨닳았죠. BL이라는 장르가 여자들의 판타지나 다름없기 때문에 할리킹과 거의 흡사한 과정을 거쳐 끝이 난다지만 이렇게 틀에 박힌 BL 이라니…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은 그저 이런 것이 재미있을 나이에 읽었기에 재미있었던 겁니다. 간혹 정말 잘 쓰여진 BL의 경우 장르를 벗어나서 정말 작품이다 싶은 것들이 있는데 이건 그냥 할리킹과 비교해봤을때 그보다도 떨어지는 내용이었습니다.
주인수은 왜 마냥 귀엽고, 여리여리해서 보호해주고 싶은 느낌이 들지 않으면 안되는 건가요? 왜 주인공은 무조건 안하무인에 내 주인수에게만 다정한 폭군 설정이어야 하나요? 왜 작가들은 그게 아니면 글을 못 쓰는 건가요? 내용은 초반에만 주인수가 고생할 뿐, 주인공에게 구원받은 후로는 일절 고생없이 아주 순탄한 인생을 걷기만 합니다. 그 뒤에는 갈등, 고조에 해당되는 위기가 일절 찾아오지 않습니다. 나타나려 해도 내 주인수에게만 따듯한 폭군 주인공이 아주 간단하게 다 해결해버립니다. 아주 유치하고 식상합니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다 읽어냈지만 이제는 BL 보지 말아야할 것 같습니다. 유치하고 식상하지만 이런 게 취향이신 분들은 재미있게 읽으실 것 같습니다. 갈등따위 필요없다. 그저 커플 공수가 처음부터 끝까지 꽁냥거리는 게 보고 싶으신 분은 잘 맞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