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에 해당하는 인물을 알아맞혀 보세요.
( A)는 1798년 토머스 맬서스가 ‘인구론’에서 말한 전쟁, 질병, 불임, 기근과 같은 인구 증가의 ‘적극적 기제 positive check’를 떠올리며, 그것을 동물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동물은 대개 인간보다 훨씬 빨리 번식하므로 맬서스가 말하는 기제와 유사한 무엇이 없었다면, 지구는 동물로 가득 찼을 것이다. ( A)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파괴적인 기제가 끊임없이 지속하는 이유를 찾다 보니, 나중에는 이런 질문에 도달하게 됐다. ‘왜 어떤 종은 빨리 죽고, 어떤 종은 더 오래 살아남을까?’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적응을 가장 잘한 종이 살아남는다’였다. 가장 건강한 종이 질병으로부터 살아남고, 가장 강하고 민첩한 혹은 교활한 종이 적에게서 살아남으며, 가장 사냥을 잘하는 종이 기근에도 살아남는다. .... (중략)... 이렇게 발전하고 도태하는 자연의 자정작용은 필연적으로 다음 세대를 진보하게 할 것이다. 한 세대가 지날 때마다 열등한 종은 빨리 죽을 것이고, 우월한 종은 더 오래 남을 것이다. 즉 가장 적응을 잘한 종이 가장 오래 살아남는 것이다.”
본문 55페이지
마침내 그는 “오랫동안 찾아온 자연의 법칙”을 깨달았다. 이 (A)에 들어갈 인물은 누구일까?
힌트: 그는 발리와 롬복 사이에 있는 깊은 해협을 경계로 오스트레일리아 대륙붕과 아시아 대륙붕에서 발견되는 종들이 나뉜다는 것을 알아냈고 이 지점은 현재 지도상에서 ‘(A) 선’으로 표시된다. 말레이제도 동쪽에서 펼쳐진 33만 7000제곱 킬로미터에 달하는 지역은 ‘월러시아(Wallacea)’라 불리는 생물지리학적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 A) 안에 들어갈 이름은 바로 다윈과 함께 ‘자연선택설’을 함께 논문으로 공동 발표한 월리스(Wallace)이다. 다윈이라고 답하신 분은 50점이라도 주고 싶다. 나는 위 문장을 읽을 때까지는 다윈이라고 생각했다. 다윈의 생각과 글, 문장이 너무도 같았기 때문에. 다윈의 진화를 공부한 나로서는 월리스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 책은.....
이 책은 두 가지 얼굴을 가진 책이다. 하나의 얼굴은 각주가 아닌 주석을 많이 가진 멋진 에세이라고 생각하였다. 또 다른 하나의 얼굴은 르포 형식의 추리소설이라는 것이다. 나는 전자의 얼굴을 좋아하는 타입이다. 전자에서 월리스의 고난과 박물 주의자로서 그의 삶을, 작가이자 화자인 연어 낚시꾼, 19세기 말 깃털을 이용한 모자 제조업자들, 로스차일드가의 조류(깃털) 박물관 이야기와 플라잉 타이에 빠진 사람들(덕후) 이야기들이 매우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게 펼쳐진다. 두 번째는 트링 박물관 도난 사건을 중심으로 범인 에드윈과 그의 주변인, 롱 응우옌과 륀 쿠튀리에 대한 추적 과정에 대한 기록으로서의 추리기법의 얼굴이다. 한 권의 책으로 두 장르를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글이 읽히는 속도가 경쾌하게 빠르고 흥미가 높아 단숨에 읽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 추리소설은 별로였지만 나름 궁금증을 유발하고 몰입감을 높이는 장점을 가진 작가의 트릭에 매번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작가는 범인의 진실을 끝까지 추적해 나가는 끈기를 보이지만 그 끝은 다소간 의문이다. 누구에게도 의미 없는 일이지만 진실을 알고 싶다는 또 다른 욕망으로 보였기에.
이 책의 플롯은 단순·간결하다. 트링 박물관에 도둑이 들어 150년 전 다윈과 같이 자연선택설을 주장했던 월리스가 발리 근처 섬들에서 수집·박물 했던 새들 20여 종, 299점을 훔쳐 간다. 그리고 범인은 새들의 깃털을 이용해 플라잉 타이에 사용하려는 에드윈이라는 19살 런던 플롯 연주가를 꿈꾸는 음대생이다. 수십만 달러에 해당하는 박물들을 훔친 범인이지만 그는 감옥을 가지 않고 결국 아스퍼거증후군 진단으로 판명되어 집행유예만 받고 풀려난다. 그가 훔친 새들 중 일부는 다시 환원되었지만 약 60여 점은 행방이 묘연했다. 작가는 이 나머지 새들의 행방을 추적하며 그가 고도로 머리가 좋은 사기꾼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수백만 원에서 수 천만 원까지 호가하는 연어낚시 플라이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집착이 인류가 수렵·채집한 멸종한 생물종에 대한 기록물을 자신들의 기호와 취향을 위해 말살시키는 작태에 대한 따끔한 비판을 가한다.
나는 월리스와 로스차일가 그리고 조류의 멸종을 촉발시킨 깃털 모자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훨씬 흥미와 재미를 유발했다. 우리나라에 번역 되어 지지 않은 월리스의 자서전 인용과 조류들의 대 멸종을 촉발시킨 유럽과 미국의 여자들 모자에 깃털 장식은 결국 야생조류 보호법과 국제 거래 금지라는 규제와 법규를 만들게 되었고 연어에 대한 플라이낚시 또한 조지 M. 켈슨의 ‘연어 플라이(1895)’라는 책과 함께 흥행하여 연어 품귀 현상과 유로 낚시터가 생기게 되는 과정이 사뭇 흥미로웠다. 이러한 깊이와 흥미를 동시에 담기에는 다소간 버거울 듯하고 불협화음 같아 보였지만 매우 자연스럽고 부분과 전체인 양 매끄러운 이야기 흐름이 인상적이었다.
가령, “박물관에서는 종종 절도 사건이 일어난다. 나는 그 소식을 전해 들을수록, 박물관을 둘러싼 이 이야기 속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쪽에는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나 독일 비행선의 폭격으로부터 새들을 지키고자 했던 큐레이터들, 새 가죽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 세상을 이해하는 틀을 키워주고자 노력했던 과학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수 세기에 걸쳐 새들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에게 새들은 마땅히 지켜야 하는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공통된 신념이 있었다. 그 새들이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될 거라는 신념과 과학은 계속 발전할 것이므로 같은 새라도 그 새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계속 제공될 거라는 신념 말이다. 또 다른 쪽에는 에드윈 리스트가 속하는, 깃털을 둘러싼 지하 세상이 있었다. 거기에서는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지려는 탐욕과 욕망에 사로잡혀 더 많은 부와 더 높은 지위를 탐하며, 몇 세기 동안 하늘과 숲을 약탈해온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지식이냐 탐욕이냐. 이들 사이의 전투에서 탐욕이 승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본문 345
다만, 작가가 의도하고자 하는 ‘인간 욕망에 대한 성찰’은 주제와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부자연스러운 결과를 자아냈다. 가령, “과학자들이 하는 일이란 신에게 도전하는 행위일 뿐입니다. 세상을 지키는 일은 신의 능력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죠. 신은 수은의 양이나 알아내라고 인간에게 능력을 주신 것이 아닙니다. (P256)” 욕망을 신과 과학의 인과관계를 찾고자 노력하려 하였지만 한 걸음 딛다가 발을 뺀 모양새다. 결국 연어 플라이 타잉을 만들며 자신들의 취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보여준 소비적, 과시적 작태를 보여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베스트셀러라는 작품들은 작품성보다는 흥미 위주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닮았다. 조금 더 진중하고 깊은 울림 있는 작품들이 베스트셀러에 1년 이상 유지되는 세상을 희망해 보았다. 유럽의 소설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지만 그래도 미국의 베스트셀러보다는 읽을 작품들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흥행성을 위해서는 미국식이 보다 자본주의와 가까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