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사노요코는 안보고 지나치면 섭섭한 일본 에세이작가 중 한 명입니다. 이제는 고인이 되셨기에 새로운 작품을 보기는 어렵겠지만, 좋은 기회로 새 에세이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녀가 쓴 그림책은 일본 특유의 정서 때문인지 아주 밝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림체가 따뜻해서 도서관에서 발견하면 자리 잡고 꼭 읽어보는 책이랍니다. 제가 사노요코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냉소적인 문체 때문인데요.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에세이보다 다소 냉정하더라도 화끈한 작가가 좋다면 저는 사노요코 작가를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제목처럼 이 에세이는 우정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 드러납니다. 저는 사실 거의 공감하면서 읽었던 것 같아요.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어린 시절의 우정은 아마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면서요. 어린 시절 매일 놀던 이웃집 아이가 병으로 죽고 장례식 답례품으로 떡을 받았는데 같이 놀던 또래 아이들이 맛있게 나누어 먹고 또 놀러 나갔다고요. 어떤 죄책감도 없이요. 잔인해 보일지 모르지만 어린 시절에 우정이 존재하냐. 라고 저한테 묻는다면 저 역시도 머릿속에 물음표가 그려질 것 같습니다. 우정에 미쳐있는 (지구촌 청소년들 다 같구나) 10대를 지나 20대, 50대 60대의 우정을 인터뷰 형식, 산문 형식으로 표현했는데 참신하고 가독성이 좋아서 금세 읽었답니다.
다 읽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인간이라는 존재도 결국 동물이고 본인의 안위, 더 깊게는 유전자를 보존하는 것이 본능일 텐데 때때로 타인에게 한없이 다정해지고, 희생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어요. 어느 과학서에서는 생존의 한 방법이라고 쓰여있긴 했지만요.
저는 친구들에게 다정한 친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우연히라도 읽게 되는 실 친구들은 격하게 공감할 듯 미안하다 얘들아) 그래도 제 범주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해지기도 하고 그만큼 실망하기도 합니다. 친구가 무엇이나 우정이 무엇이냐 하는 문제는 책을 읽고 나서도 스스로 정리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부모님보다도 더 깊은 사이가 된 친구들을 조금 더 사랑하자는 생각이 들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