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촤민님의 서재
  • 영원을 향하여
  • 안톤 허
  • 16,020원 (10%890)
  • 2025-07-30
  • : 4,275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사랑하게 될 이 소설.

안톤 허의 데뷔작이다. 안톤 허는 번역가로 다양한 소설들을 번역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안톤 허는 영문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 이 소설을 통해 꿈을 이루게되었다.

한국인이 영어로 소설을 쓰다니? 내 입장에서는 이런 과정에서 오는 답답한과 고통이 어쩐지 크게 느껴지고 도통 이해가 안갔기 때문에 더 흥미로웠다. 대체 왜? 이러한 나의 단순한 궁금증과는 별개로 이 소설 너무 재미있다.

완벽하게 몰입하다 못해서 너무 아쉬워서 아껴 읽었다. 덕분에 서평이 좀 늦어졌지만 그만큼 올해 읽은 소설 중 베스트에 꼽힐 정도로 좋은 소설이다. 난 SF계를 좋아해서 이쪽 소설도 꽤나 자주 읽는 편인데, 일단 유치하지 않아서 좋았다. 일부의 SF는 읽고 허무할 정도로 단순하거나 유치한 소설이 종종 있는데, 세계관이 탄탄해서 몰입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근미래의 특이점 연구소에서 시작된다. 찾아올 미래에도 암은 정복할 수 없는 무언가로 남아있었고, 암의 정복을 위해 나노봇 치료를 도입하게 된다. 말리에게는 총 3명의 환자가 있다.

환자0, 환자1, 환자2 환자 0은 치료 도중 사망하게 되고, 그 사람은 사실 말리의 어머니이다.

환자 중 환자1은 이른바 '휴거'상태에 빠지게 되고 이것은 나노봇으로 대체된 몸이 순식간에 분해되는 것을 의미한다. 몸의 모든 부분이 나노봇으로 대체된 불멸의 존재가 된 사람들은 자신이 원래의 자신이 맞는 지 진정한 자신은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과 불안에 휩싸인다. 한용훈은 파닛이라고 하는 인공지능에게 시를 가르치게 되고 이 파닛은 후에 한용훈의 몸의 모습으로 필멸의 인생을 살 게 된다. 필멸이라고 해도 불멸에 가깝다. 이 이야기는 파닛이 인간화 된 후 몇백년 후의 모습까지 그려진다. 긴 시간이지만 빠른 호흡으로 이어져 지루함이 없었던 소설이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그를 본다. 또한 그의 과거를, 청년부터 노인까지 내가 알았던 모든 연령대의 그를 본다. 그는 나에게 언제나 젊을 것이다. 그의 얼굴은 나 자신의 얼굴보다도 나에게 친숙하다. 나이가 흠을 낼 수 없고 질병이 망가뜨릴 수 없다. 그 얼굴은 내 행복, 내 기쁨의 풍경 그 자체다. 나는 그의 연약함과 세월이 그에게 남긴 흔적마저도 사랑하고 이 사랑에 스스로 놀란다. 끝이 그토록 가까워졌을 때 나는 내가 준비되어 있을 줄 알았다. 우리의 사랑이 시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전부 거기에, 그의 얼굴에 그대로 있다.

P59

이 소설에서는 다양한 사랑의 형태가 그려진다. 에로티시즘만이 사랑은 아니다.

한 사람과 오래도록 함께 하게 될 때에는 에로티시즘 적인 사랑을 지나 끈끈한 신뢰로 만들어지는 사랑이 있다. 단단한 부부의 관계는 그렇게 만들어진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그런 사랑에 대해 잘 표현이 되었다고 생각한 부분이라 몇 번이나 읽었다. 가끔 남편의 얼굴을 마주할 때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얼굴이 새삼 겹쳐보일 때가 있다. 이 감정이 가슴이 두근거리는 사랑은 아닐지라도 머물고 싶은 마음만은 분명하다. 너무 좋은 부분이라 몇 번이나 읽은부분.

결말이 의미를 만든다. 죽음은 영원한 의미 생성자인데, 오로지 죽음 속에서만 어던 새로운 것이 일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새로운 것이 망각과 불확실성일지라도 말이다. 나는 새로운 몸 속에서 세계를 헤매었고, 감각이 주는 황홀한 기쁨과 창작과 발견이라는 지적 자극을 받아들였으나 이는 모두 끝났고 바로 끝났기 때문에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중략] 삶은 독이다. 모든 독이 그러하듯 적은 용량은 치료제이지만 많은 분량은 치명적이다. 그리고 나는 삶을 너무 많이 맛보았다. 그래서 나는 죽고싶어졌다.

P152

불멸의 삶을 생각해본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오래 생존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자신의 수명에서 어느 시점을 넘는 순간 죽음을 자연의 이치로 받아들이고 간절히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죽음에 대해서 깊게 생각할 수있었던 구절이다. 죽음으로 삶은 완성되는가. 만약 나 만이 이 작은 지구에서 불멸의 삶을 얻게 된다면 난 어떤 심정으로 이 세상을 부유하게 될까.삶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죽음을 원하게 될까. 아니면 더 살고 싶을까.

"난 그저 단 하나의 비밀, 단 하나의 내 것을 갖고 싶었을 뿐이야."이브 B는 이브E를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나를다르게 해주는 단 한가지. 그게 그렇게 잘못된거야? 그게 이상해?"

P213

인간의 존재 이유는 단순히 살아가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나만의 무엇"을 찾고 지키려는 노력 속에 있다.

이 소설에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복제 존재들이 나타나는데 몇 세대를 거치면서 나름의 개성을 가진 복제 존재들이 나타난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동물과 다른 이유는, 물론 동물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가 인간은 죽을 때까지 모를지언정 일단 지금은. 끊임없이 자기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인간 우월적인 태도는 피하고 싶지만.

"신뢰, 타인에 대한 신념, 호의."

"이것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요소들 중 일부입니다.

P244

인간은 어째서 이렇게 바보같이 사회적인 동물인걸까. 예전에 읽은 책에서는 장기생존을 위해 유전자에 새겨졌다고는 하지만.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요즘. 마음에 새겨야 하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기 위해 필요한 태도.

이 소설은 사랑으로 시작하여 사랑으로 끝난다. SF세계관에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류애, 성애적인 사랑, 부모 자식간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이 부드럽게 녹아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