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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민님의 서재
  • 몸, 스펙터클, 민주주의
  • 김정환
  • 23,400원 (10%1,300)
  • 2025-06-25
  • : 1,435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말그대로 격동의 시대를 거쳤다.

거대양당제에 가까운 우리 정치시스템안에서 그나마 정상적으로 경쟁해서 정권을 잡은 것은 불과 몇십년이 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나와 나와 비슷한 세대는 살면서 꽤 많은 대통령 선거와 국민의 투표로 뽑힌 대통령의 탄핵 위기, 탄핵 선고를 몇번이나 마주해야했다. 사실 피로했고 피로하다. 나 뿐만 아니라 꽤나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정당을 넘어서 큰 피로감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더 읽고 싶었다. 잘 알고 싶었으니까.

이 책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의 역사 중에서도 광주항쟁과 민주화운동을 위주로 다루고 있다.

꽤 힘들었다. 올해 미루고 미루었던 한강작가의 [소년이온다]를 다 읽고나서 느꼈던 감정 각각의 책에서 전달하는 방식은 달랐을 지라도 읽고 난 뒤의 느낌은 비슷했다.

미안함이었다. 그리고 공포.

나의 무지함에 대한 공포와 미안함.

이 책에서는 80년대 민주주의의 이미지들을 주의 깊게 성찰하며 현재의 '살아 있는 민의 몸'에 주목하고 있다.

이 책 초반에서는 미셸푸코의 '이미지'가 언급된다. 미셸푸코는 정치의 핵심을 주체 형성 과정으로 보았으며 이미지를 그저 단순한 선전이 아니라, 시민이 스스로를 특정 정체성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장치로 보았다.

한나 아렌트는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치제도는 그것이 얼마나 훌륭하게 또는 얼마나 형편없이 고안도었건 간에 행위하는 인가에게 지속적 실존을 의탁한다." [중략] 한국 민주주의의 여러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한국의 시민은 그러한 제도의 무고한 피해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제도가 온존하도록 행동한 또는 행동하지 않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P.29

우리는 왜 같은 역사를 반복하고 반복할 수 밖에 없는가. 이 부분을 읽고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윤석열의 계엄령 선포의 원인은 단순히 그 자에게만 있는가? 정말 그렇다고 할 수 있는가. 계엄령을 선포하고 나서도 어느정도는 심지어 체감으로도 그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내가 뽑지 않았으니 뽑은 사람들이 제발 책임지기를... 모든 걸 떠나서 기본적인 책임은 국민에게 있다. 올바르지 않은 선택을 한 자를 설득시키지 못한 사람과 올바르지 않은 선택을 한 자 모두에게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민주주의의 주체로서 더 비판적인 시각과 공부가 필요함을 절실히 깨닳았다.

물론 이러한 반응은 그간 중국과의 관계에서 홍콩의 민중들이 벌여온 투쟁의 내력에 대한 무지의소산이며, 한국 민주화 역시 국제적 연대와 후원에 힘입어 이루어졌음을 망각하고 이를 한국 민중의 독저작인 성취로만 기억하는 것이다. 더 많은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한 절박한 연대 요청에 기꺼이 응답하지 못하는 난처한 입장을 감수하는 것이아니라, 혁명이란 모름지기 피를 수반하는 것이라며 훈수를 두고 면박을 주는듯한 태도는 앞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매개로 하여 홍콩에 대해 가졌던 애틋한 마음과는 사뭇 다른 것처럼 보였다.

P59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닌]것에 심취한 나머지 민주주의와 평화는 죽음을 무릅쓴 시민들의 희생이다라는 공식으로 이어졌다. 한국 민주화 역시 외부의 관심과 도움을 받았음에도, 우리는 종종 그 사실을 잊고 스스로의 성취로만 기억한다. 홍콩 민중의 절박한 요청 앞에서 연민은 느끼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태도는 불편하고 부끄럽다.

이 책 사이사이에 80년대 민주황 운동과 관련한 여러 문학작품( 소설, 시 , 에세이), 기사, 사진, 예술작품 (조형작품과 미술 등) 등이 제시되는데 사실 읽다가 덮어버린 것이 여러 번이다. 나의경우 특히 소설과 시 부분이 읽기 힘들었는데 마냥 멀게 느껴지던 그 시대의 거리감이 순식간에 코앞으로 다가온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제시된 소설과 시의 구절들은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주었다.

"어딘가에서 이한열이 모습을 한번 찾아보고 싶어서 이한열이 살아 있으면은 어떤 세상을 살았을까를 내게 묻는 거에요 . 이한열이 이렇게 안죽고 살았으면은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를 내가 생각해보면서 그어린나이에 모든 게 그냥 거기서 그냥 끝났단 말이에요. 그래서 내가 그냥 추상적으로 우리 한열이 이렇게 컸으면은 이런 세상을 살았을 거란 것을 그냥 내 몸으로 한열이를 한번 찾아볼라고 다닌 게 이렇게 30년이네요. 없어요. 아무리 다녀도 없어요."

P337

한국 민주주의라는 극은 온갖 끔찍한 참상과 장엄한 광경을 생산하여 선보여왔지만, 어머니와 아들이 다정하게 구고하 앞에 앉아 있는 소박한 풍경은 영영 지워버릴 수 밖에 없었다.열사들의 어머니이자 모든 청년들의 어머니로 불렸던 배은심이지만 1987년 그날 이후 그는 정작 자신이 낳고 기른 아들로부터는 평생 어머니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P339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국민들의 삶과 죽음을 기억하는 것은 우리 세대의 첫 번째 책임이다. 그들의 희생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권리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늘 지켜지고 가꾸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역사를 공부하고, 기념하고, 이야기함으로써 그들의 정신 또한 사회의 부정과 불의에 무관심하지 않고,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태도가 필요하다.민주주의를 약화시키려는 시도에 침묵하지 않고, 책임 있는 시민으로 행동해야 한다.

투표와 참여, 표현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고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우리 세대는 권리를 누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의무를 다해야 한다.민주주의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현재진행형의 가치임을 늘 마음에 아로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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