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광신도> (혜림)
서신, 익명의 게시글과 그 댓글, 일기, 녹취록 등 다양한 기록으로 전개되는 소설이라 한창 화제가 되었던 '세스지' 작가의 [긴키 지방의 어느 지방에 대하여]를 위시한 모큐멘터리 소설이 떠오르기도 했다. 진행 과정은 꽤 흥미로웠는데 결말이 조금 아쉽고, 결말을 보고 나니 과정도 약간 아쉽게 느껴졌다. 뭔가 '그 결말'을 이끌어내기 위한 복선은 다소 부족하고, 불필요한 서술이 길었던 것 같은 느낌? 등장인물 중 유독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 인물이 있기도 했고..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은 -어쨌든- 놀라웠고, 이야기 속에 담긴 여러 사연 속 인물들의 생각이 아주 적나라하게 기술된 게 아주 현실적이었다. 조금 더 결말에 힘을 실어주는 과정이었으면 아주 흥미롭고 놀라운 이야기였을 듯!
<심판관> (김상태)
저의 베스트는 '김상태' 작가님의 <심판관>입니다! 2001년이라는 다소 낯선 시대 배경에 인도와 네팔의 경계에 위치한 '발루아'라는 낯선 도시까지 익숙하지 않음이 가득했지만, 그런 익숙하지 않음을 익숙하게 만들고, 그런 익숙하지 않음마저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에서 작가님의 저력이 제대로 느껴졌다. '도대체 어떤 상황이지..?'라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시작, 낯선 곳에 뚝 떨어진 이방인의 입장..이라는 상황에서 오는 긴장감도 좋았고, 일단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는 걷잡을 수 없게 돌아가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그 전개 끝에 자리 잡은 결말이 (원래는 좋아하지 않는 방식임에도) 아주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작가님 이름 잘 기억해 두었다가 다른 책이 나오면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호명: 망자의 이름을 부르니> (김아직)
올해 초에 읽었던 [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천사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죽는다>의 '김아직' 작가님의 단편이라 기대했던 <호명: 망자의 이름을 부르니>. 이번에는 지극히 한국적인 느낌으로, '바리공주'라는 나름 힘을 가진 인물을 등장시킨다. 산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시신이 발견되는데, 신원조차 알 수 없다. 망자를 데려가기 위해 망자의 이름을 알아내야 하는 바리공주가 경찰과 협력해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인데.. 사건도 흥미롭고 힘과 제약이 동시에 있는 바리공주의 설정도 나름 재미있지만 설정 쪽에 너무 공을 들인 나머지 사건 자체도, 사건에 담긴 행동이나 생각도, 그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도 다소 매끄럽지 못한 게 아쉽다. 하지만 꽤 매력적인 설정을 잘 구축해 놓아서 이후 시리즈로 나와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지역 노인-유학생 교류 시범사업에 관하여> (황수경)
어, 이거 미스터리 소설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지역 노인-유학생 교류 시범사업에 관하여>. 노인과 유학생을 연계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교류 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한 후 작성한 보고서 중 세 편을 보여주는데 이 보고서의 내용이 꽤 재미있다. 딱히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이 사업 자체와 사업의 결과만으로도 흥미로운데!? 싶었다. 노인의 삶과 유학생의 삶 모두에 깊은 이해가 수반된 이야기라고 느껴졌고, 그래서 더 좋았다. 그리고 이 세 편의 이야기 속에 담긴 '무언가'가 있는데.. 그 또한 흥미롭지만 마무리가 뭔가 조금 급하고 모호한 게 아쉽다. 과정에 공을 들인 만큼, 결말에도 조금 더 공을 들였다면 더더 좋았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독특한 소재와 구성임에도 접근성도 좋고, 읽기 쉬운 이야기들이었다. 미스터리 소설은 한 줌의 마니아가 끌고 가는 비교적 폐쇄적인 취미(?)의 영역이라는 선입견이 없지 않은데, 이렇게 읽기 쉽고 그러면서도 재미와 완성도를 잃지 않는 이야기들이 꾸준히 나와야 새로운 독자들도 미스터리를 보다 가깝게 느끼지 않을까.. 싶다. 책 뒤표지에 적힌 것처럼 "무한히 확장하는 한국 미스터리"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네 편이었는데, 단편치고는 적지 않은 분량에 밀도까지 높은 이야기라 읽는 내내 즐거웠다. 개성 넘치는 네 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제9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품집].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꼭 읽어봐야 할 재미있는 한 권이었다.
